종의 기원


By @cheongpyeongyull
율화백님 대문 감사합니다^^  


어느 날인가 TV에서 영화를 소개해주는데
파마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못생긴 아저씨가 나왔다.
장동건의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달랐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잘생긴 사람도 저렇게 분장해놓으면  
못생겨질 수가 있구나..싶었다.   

그 영화의 이름이 ‘7년의 밤’이었는데,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정유정이었다.  
소설이 영화화 될 정도면  
대단한 필력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일단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종의 기원’을 읽어보기로 했다.


 

‘종의 기원’ 이라는 책 제목만 보고
가장 먼저 다윈이 떠올랐다.  
왜 종의 기원이라는 제목을 썼을까?
다윈과 관련이 있을까?  


책소개를 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정유정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학습돼 온 도덕과 교육,
윤리적 세계관을 철저하게 깨나감으로써
비로소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를 완성시킨 것이다.”  

서평을 찾아보면
거의 ‘악’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그래도  
‘아...’하고 조금은 이해가 된다.   


<줄거리>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책소개 원문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567640>  

줄거리에서 보듯이  주요 등장인물은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있는 유진,  
정신과 의사인 이모(혜원),  
유진의 어머니,  
유진의 죽은 형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  
이렇게 넷이다.   

이야기는  
피투성이인 방 안과, 피범벅이 된 유진.
그런 유진이 거실에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유진은 잠시 필름이 끊겼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어머니를 죽였는지 궁금해진다.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다가
어머니의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 쓰여진 메모같기도, 일기같기도 한
글들을 보게 된다.  
과거에서 더 과거로  
그리고 흐릿했던 기억은
확연히 선명해 지면서,
누가? 왜 그랬는지?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 혹시 몰라서 스포가 될 수 있는
글귀 속의 이름은 도형(ㅇㅇ,△△)으로
표시합니다.
  


#1 (p.226- 227) 

ㅇㅇ이 인생에서 중요한 건
수영 챔피언이 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해하게 살 수 있느냐 아니냐, 라고.
나는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내 삶의 목표, 혜원이의 치료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무탈하고, 무해한 존재로 평범하게 사는 것. 

보통 무해한 존재니 하는 말은
잘 쓰지 않기에    
좀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ㅇㅇ의 치료목적이 무해한 존재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   
이모(혜원)는 ㅇㅇ을 관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보며 이모의 직업을
정신과 의사로 한 것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설정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2 (p.248- 249) 

ㅇㅇ은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임신부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만큼 얌전했다.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아는 양,
숨죽이고 눈치 보며 자라는 느낌이었다.

열 달을 다 채우지도 않고
성급하게 세상에 나왔다. (중략)
아홉 달 전 일에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중략) 혜원에 따르면, △△과 ㅇㅇ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지의 방식’이었다.
△△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성격이라면,
ㅇㅇ은 모든 채널을 오롯이
자신에게만 맞춘다고 했다.
따라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도
하나뿐일 거라고 했다.
나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연쇄살인범이었던 김병수가
이런 말을 한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어린 날도 있었다.
내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나는 늘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
그들은 나를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거울을 보며 표정을 연습했다.
슬픈 표정, 밝은 표정,
걱정하는 표정, 낙담하는 표정.
그러다 간단한 요령을 익혔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다.
남이 찡그릴 때 찡그렸고
남이 웃을 때 웃었다.” 

연쇄살인범 김병수도 사실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그를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변 사람 중에
일반인을 가장한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겉만 보고선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  


양창순의 책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
<사이코패스 ‘정상인의 가면’을 쓴 그들> 편에서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이코패스 하면
연쇄살인범이나 연쇄성폭행범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들은 잔혹하고
파렴치한 범죄자이자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는
그런 유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범주는 생각보다 넓다.
(중략)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어떠하든 실제로는 타인과
인간적인 정서적 교류를 나누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느냐 못 얻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얻지 못할 경우
그들은 양심의 가책없이 계속해서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그들에게는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얻느냐 못 얻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얻지 못할 경우 그들은
양심의 가책없이 계속해서
다른 희생양을 찾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말이 계속 떠올랐다.  
이 글귀 하나로 이 책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는지도 모르겠다.   


#3 

‘너는....’
‘ㅇㅇ이 너는....’
‘이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될 놈이야’ 

책 초반에 이 말이 몇 번 반복해서 나온다.   
애초부터 그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때 낌새를 알아챘다면   
모두 행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마지막 4부의 소제목이
종의 기원인데,
읽어보면 그 종(사이코패스)이  언제부터
그러한 낌새를 드러냈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러한 기질을
애초부터 갖고 태어났지만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치밀하고
더 잔인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 제목을 ‘종의 기원’으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정말 잘 만든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았다.  
작가의 언어적 표현은 기본이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에 놀랐다.   

유시민 작가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라고 표현했다.   

일반 글은 책을 많이 읽고 연습하면
어느 정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소설, 시 분야는 재능이 필수구나 생각됐다.   

소설가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By @gomsee
곰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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