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자고 점심에 일어나서,
뭘 먹지 고민하다 걸어나왔습니다.
생각나는 건 별로 없고,
밥은 먹어야겠고...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띈 것이
등심돈까스 도시락.
GS25의 등심돈까스 도시락을 먹고
'이젠 편도에도 퀄리티 있는 돈까스가 들어가는구나' 하고
감탄했던게 이미 몇 년 전 이야기였는데,
이 녀석은 어떨까 궁금해 집어왔습니다.
<3,700원이면 가격도 적당하다>
일단 뚜껑을 열어봅니다.
구성은 심플합니다.
밥, 돈까스, 웨지감자와 파스타, 피클.
위에서 말했던 GS25의 등심돈까스에 비하면
잔반찬 쪽에서는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그녀석이 4,500원이었던걸 생각하면
차라리 800원 싸고 핵심만 들어있는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있을건 다 있다>
우선 주인공인 돈까스.
편도의 특성상 '바삭함'을 가져갈 수 없는 건
납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로 소스를 첨부하는게 의미없다고 생각했는지
소스까지 미리 위에 뿌려진 채로군요.
사실 바삭한 식감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선
참 아쉬운 처사이긴 하지만
안 뿌려도 이미 눅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보면,
차라리 뿌려져 있는게 소스 뜯느라 손에 기름묻힐 일도 없고
먹기 편해 좋습니다.
<원가절감 측면인지 소스는 미리 뿌려져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속은 튼실하게 잘 차있고,
대체로 씹하는 맛도 좋습니다.
<분량도 밥반찬으로는 넉넉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다음으로는 웨지감자와 치킨크림파스타.
정확히 편의점 도시락에서 예상 가능한 바로 그 맛.
물론 초딩입맛이니 남기지 않고 다 먹습니다만,
맛있는 파트라고 말하기는 좀 안타까운 편.
감자는 눅눅하고 짠 편,
파스타는 달고 뻣뻣한 편.
당연히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차라리 콘샐러드나 마카로니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울슬로였어도 괜찮았을 거 같네요.
<웨지감자와 파스타. 전형적인 구색맞추기 정도.>
밥은 뜯기전부터 눈으로 보고서
'어, 생각보다 질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또 전자렌지 돌려놓고 먹으니까 괜찮은 편입니다.
전자렌지로 돌리니까 질었던 밥이 좀 고슬해지기도 하고,
역으로 약간 질은 밥의 느낌이 나는 덕분에
포크로 떠먹어도 알알이 바스라지는 일은 없네요.
기대했던 물건이 아닌 덕분에 오히려 무난하게 잘 먹었습니다.
<밥은 내 취향보다는 조금 질었지만, 의외로 선방>
마지막으로 별 거 아니지만 필수요소, 피클.
확실히 돈까스칸에 담긴 브로콜리와 함께
도시락 용기의 드레스코드를 책임집니다.
괜히 눈에 들어오는 녀석.
맛은 상큼달달하니 적절합니다.
돈까스 한 입 물고, 기름기 가실 때 곁들여주면
적절하게 혀를 리프레시해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한 두개쯤 더 들어있음 적절했겠지만,
아껴먹는 맛도 나름 각별합니다.
<역시 느끼한 메뉴는 상큼한 씹을거리가 있어야 리프레시가 된다>
대체적으로 처음 집어들었을 때보다 만족스러웠던 메뉴.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충실하면서
내가 별로 필요없는것들을 잘 잘라낸
합리적인 메뉴라고 생각했습니다.
편의점 도시락도 요새는 뭐 좀 들어가면 바로 4천원대인데,
등심돈까스를 메인으로 3,700원이면서
구성도 취향에 잘 맞다보니
흡족한 한 끼였습니다.
딱 하나, 바삭한 식감을 챙길 수 있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네, 편의점 도시락에서 기대하긴
아직은 좀 이른 거겠지요(...)
강렬한 훅은 없지만, 모난 데 없이 잘 챙긴
좋은 도시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