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맞이
인사🙋
지난 19일,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공항을 향했어요. 아침 일찍 출발하는 새벽비행기도 아닌 밤 늦게 자정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는 처음이라 피곤할까봐 조금 걱정을 하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때는 저의 10박 11일 냐짱 여정이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갈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드코어할지도 몰랐구요.
연구실 선배 두명과 함께 떠났는데, 다행히 그 중 한 명은 저랑 5년 전에 학원을 같이 다닌 동갑내기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고 다른 한 명은 말을 놓은지도 얼마 되지 않은 매우 착한 한 살 동생입니다. 엄청나게 친한 친구라도 여행을 가서 싸우고 절연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잘 모르는 사이끼리 아무리 비즈니스라도 여행을 같이 가서 잘 지낼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치만 도착해서보니 하루만에 엄청 잘맞는 삼총사라는 것을 깨닫고 셋이 있을 때가 가장 편한 사이가 되었어요. 아 증말 잘 맞는 친구였다는 게 다행입니다. 증말 증말
교수님께서는 베트남의 T대학교와 자매결연 비스무리한 것을 맺어 방학마다 이렇게 천연물에 관련된 SUMMER SCHOOL을 연다고 하셨습니다. T대학교의 본체는 호치민에 있는데, 냐짱에 있는 분교는 마치 여름학교를 위한 자그마한 캠퍼스 같았어요. 학교가 있는 언덕을 슬슬 내려가면 바로 바다가 나오는 것이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나요!
T대학교는 베트남에서 가장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대학교입니다. 그래서 강의실이 있는 강의동에 올 때에는 반드시 긴바지나 긴 치마를 입어 무릎을 덮어야해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 긴바지라니! 게다가 미리 안내도 받지 않았던 저는 항상 반바지를 입고가서 T대학교 냐짱캠퍼스 사감에게 매일같이 주의를 받아야했습니다. 쭈뼛쭈뼛 대충 가디건을 허리에 두르고 수업에 가서 본 베트남 학생들의 복장은 셔츠에 긴 바지, 정말 예우를 차리는 복장을 하고있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강의실내부에 음식은 물론, 커피도 가져갈 수가 없었어요. 강의동 옆에 도미토리에는 남녀방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낮시간이라도 이성의 방을 방문하는 것은 철저하게 금지됨은 물론 밤 10시에는 아예 방에서 출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습니다. 마치 엄격한 고등학교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더운 나라인 데다가 물가까지 싸니 저에게 베트남은 좋아하는 과일 (=망고) 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천국이었습니다. 망고가 2kg에 한국돈 2천원이에요! 망고 1개에 약 500원인 셈입니다. 망고에도 종류가 무지하게 많다는 점 아셨나요? 우리가 잘 먹는 샛노-란 망고 말고도 초록색으로 된 망고 역시 크기에 따라 품종이 여러개 있습니다. 이 그린망고들이 겉보기에는 덜 익어 보이지만 사실은 속이 알차게 익어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그린 망고들은 잘라서 베트남 음식을 먹을때 같이 쌈싸먹기도 한다는 점! 의외로 식사에 곁들일 때 굉장히 맛있습니다. 아, 그리고 애플망고는 베트남에서는 볼 수 없었어요.
베트남에 가기 할 전날 연구실의 베트남 선배에게 어떤 과일이 맛있나요? 하고 물어봤더니 자기의 favorite은 "두리안"과 "춈춈"이니 꼭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두리안은 사진에서 가장큰, 겉 껍질이 뾰족뾰족하게 되어있는, 냄새가 지독하기로 악명 높은 과일입니다. 동남아에 가면 그런 농담같은 경고 문구 많이들 보셨지 않나요? NO DURIAN IN BUS 라던가... 예전에 부모님과 여행가서 두리안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던걸로 기억나 이번에도 도전해보았습니다. 역시 나쁘지 않아요! 일단 맛을 보면 달달한 맛에 냄새는 잊어버리게 된답니다. 한번 도전해보세요😫 춈춈은 사진에서 오른쪽 아래에 있는, 약간은 머리 숱이 없는 성게같은 아이입니다. 저 껍질을 까면 굉장히 단 과육이 나오는데, 생긴걸로 보면 마치 리치 같아요. 하지만 리치보다 훨-씬 달고 신선하고 저렴합니다. 여행 내내 춈춈과 망고를 많이 먹었어요. 두리안은 비싸서 한 번만 먹고요..
가장 저렴한 표를 사려고 했기 때문에 원래 SUMMER SCHOOL의 일정 앞뒤로 자유시간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3일, 뒤로는 2일이 생겨서 친구 셋이서 뽈뽈 거리며 잘 돌아다니고, 잘 먹었습니다. 며칠동안은 학교에서 붙여준 베트남 동생들이 가이드를 잘 해주어서 편하게 다닐 수 있었어요.
갑작스레 다녀온 거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즐겼기에 냐짱 여행기도 연재해보려구요!
마침 미국 동부 여행기가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이제 나의 컨텐츠는 끝인가하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요 보름간 저를 스팀잇에서 만나지 못해 아쉬우셨다면, 앞으로 다시 열심히 활동할테니 반겨주세요.😎
처음 방문하는 베트남에서 선물로 대체 뭘 사가야할까 참 많이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G7커피와 건과일이 전부였어요. 마침 부모님이 다낭다녀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집에 G7은 정말 널려있었고, 망고는 일단 제가 좋아하니까 사긴 샀는데 또 대체 뭘사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느엉맘(베트남식 젓갈) 과 피쉬 소스는 참 맛있었지만 요리를 즐기지않는 저에게는 그냥 애물단지 같아 사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베트남에서만 파는 아이스티 라임맛몇개, 코코넛 커피와 망고 쨈 정도만 사왔습니다. 언젠가 베트남에 꼭 다시 갈텐데, 뭘 사오면 좋을지 알려주실분!
*루왁커피는 소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루왁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서 사향고양이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어 사육하고, 커피콩만을 먹이는 잔인한 행태를 아셔야합니다.*
한국으로 오기 하루 전날 입술옆이 찢어져서 말을 하거나 밥을 먹을 떄마다 신경이 쓰였지만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나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냥 빨리 아물라고 항생제 연고만 발라주었는데, 한국와서 수포가 되어 커지는 것도 두렵고 임파선이 팅팅 부어서 쉰소리가 나는 것도 두려워 피부과를 방문했습니다. 빠밤 바로 1형 헤르페스에 감염되셨습니다 빠밤! 대체 얼마나 광적인 열흘을 보낸 것인지 저도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지난 며칠간 피곤하셨어요?' 라고 묻는데 갑자기 베트남 애들이 흥이 많아서 그걸 다 받아주기 위해 원치도 않던 춤을 추고 바같은 곳에 놀러가야 했던 기억, 새벽 6시에 교수님들과 함께 바다수영을 했던 기억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어쨌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고 며칠은 정말 푹 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푹 쉬라는 처방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진짜로 몸이 피곤해서 인지 월, 화, 수 삼일은 집에서 계속 자고, 밥때 되면 일어나서 밥먹고 난 후 약을 먹고, 또 자고,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넷플릭스를 켜놓고 자고를 반복했습니다. 그 중에 월요일 저녁에 책을 받아야해서 학교에 다녀왔는데, @hodolbak 님의 손가방을 들고가서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손가방 드니까 더 베트남사람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아니 그런데 어떻게 아무 것도 안했는데 졸리고, 자기만 했는데 배가 고프죠? 노인이 되어버린 반려견과 24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보내야할 파일도 있고, 새로 시작한 꽃보다 청춘도 봐야하고, 영화관에는 너무 보고싶어했던 개봉작들도 많은데 어떻게 의지가 하나도 생기지 않을 수 있는거죠? 정말 떡실신의 3일을 보내고, 지금 복귀했습니다.
이번 주가 저에게 남은 마지막 휴가주입니다. 아픈 것 피곤한 것은 이번 주로 모두 끝내고, 놀 수 있을 만큼 놀고 쉴 수 있을 만큼 쉬며 한 주를 잘 보내보겠습니다. 폭염의 최고점에 있는 우리 모두 잘 이겨내봅시다.😱
다시 만나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