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숙모님으로부터 엄마에게 며칠 전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토마토 따기 체험 행사를 해서 신청했는데 한 가구당 무조건 4명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는 마침 내가 집에 와 있다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오늘 오전 9시 35분, 나는 엄마와 함께 버스 정류장에서 큰 외삼촌과 숙모님의 차를 타고 부산 강서구에 있는 대저로 향했다. 어젯밤에 늦잠을 잘 까 봐 창문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잤는데 새벽 3시에 겨우 잠드는 바람에 강렬한 아침 태양과 함께 3시간 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피곤한 기운이 역력했지만 모처럼만의 나들이라 밝은 모습으로 토요일 오전을 맞이하고 싶었다. 실제로 기쁘기도 했고 말이다.
주말이라 차가 많이 밀릴까봐 행사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다. 우려했던 만큼 교통 체증이 심하지 않아서 행사에 참여하는 가족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하고 말았다. 토마토가 자라나는 900평 비닐하우스 안은 정오가 가까워 올수록 찜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행사 시작 시간인 11시가 되기 25분 전에는 어느 교회의 학생부에서 체험 활동을 와서 간단히 토마토 몇 동을 휩쓸고 갔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따 먹는 토마토는 개수나 무게에 포함되지 않아서 초등학생들이 큼지막한 토마토를 쥐고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오전 11시. 비닐하우스 주인 아저씨께서 체험에 앞서 설명을 해주셨다. 익지 않아 초록색인 토마토는 남겨두고 빨갛게 익은 것과 주황색이 된 것, 약간 노랗게 된 것들을 골고루 담는 게 좋다고. 5kg 박스 뚜껑이 닫히지 않을 만큼 담으면 농장이 망할 수도 있으니 협조를 부탁한다고 농담조로 말씀하셨다. 이탈리아 토마토 품종인데 이탈리아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체험하라고 하신다. 유쾌한 아저씨였다.
오랜만에 엄마와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큰외삼촌, 숙모님께도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이런 체험이 흔한 일일 테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경험이었다. 가족과 함께라면 이런 일들도 의미가 있는 법!
여행지 정보
● South Korea, Busan, Gangseo-gu, 대저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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