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 꼬드롱의 누드비치 갔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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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다녀왔다. 일에 지쳐 있던 당시의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여유롭게 있고 싶었다. 그래서 본래 15일 정도였던 여행 일정은 한달로 늘어났다. 해외에서 오랜기간 있는 것은 처음이라 잠깐 설레기도 했지만, 하루하루가 부담이었던 나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그렇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샌프란시스코를 꼭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친구가 그 곳에서 살고 있었고, 마침 돈과 시간이 있었다. 게다가 하늘도 여행을 가라고 떠미는 것인지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때도 행운이 따랐다. 당시에 어떤 프로모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샌프란시스코 왕복 티켓이 30만원대에 나왔었고, 감사하게도 티켓팅에 성공했다. 일정을 늘리면서 저렴한 티켓을 포기하고 다시 티켓을 사야했지만, 그 마저도 50만원대에 구매했다.

내가 구입했던것은 중국동방항공의 티켓이었는데, 나중에 얼마나 멍청한 짓을 한것인지 깨달았다. 딱히 중국 항공을 욕되게 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정말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비행기 연착은 기본이었고, 몇 시간이 지나도 언제 출발할지 알 수 없었다. 화가 난 몇몇 승객들이 우르르 몰려가 승무원에게 따져물었지만, 그들도 난처한듯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심사에서 또 걸리고 말았다. 물론 동양인들은 미국입국심사에서 까다롭다는 말이 많았지만, 막상 세컨더리룸에 앉아 있으니 긴장이 되었다. 인터뷰 도중 가고 싶은 곳을 그려두었던 내 노트를 본 미국인은 미소를 지으며 환영한다고 해주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드비치를 갔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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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인 관광항구도시답게 조금만 가도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날은 혼자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Place of Fine Arts)에 다녀왔던 날이다. 그림도 그리고 여유를 부리던 나는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 지 고민중이었다. 무작정 어딘가로 향했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은 해변가가 나왔다. 썬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유를 느꼈는데, 문득 이 바다가 어딘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하고 있는데 내가 있던 곳이 어떤 바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누드비치....

자연스럽게 글을 클릭하고 위치를 보았더니 전날 다녀왔던 골든브릿지 옆쪽이었다. 마법에 홀린듯 그 바다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거리는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30분 정도를 걸었을때 내가 단단히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주위에는 온통 나무뿐, 사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릴때 보았던 공포 영화들이 생각나면서 겁이났지만 멈추면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아 계속 걸었다.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1시간은 족히 걸었던 것 같다.


우버를 탔어야 했다며 스스로를 책망할때쯤이었다. 베이커 비치는 정말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되었다. 온통 나무뿐이던 곳에서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더니, 멀리 빛이 부서지는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 광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내려다보니 사람들도 꽤 보여서 안심하고 길을 따라 갔다. 드디어 해변의 모래를 밝게 되었을 때, 누드비치고 뭐고 일단은 쉬어야 겠다며 적당히 자리를 깔고 앉았다.신발을 벗어 카메라 옆에 두고 한 숨 고르니 드디어 주변의 상황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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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불쾌해 할까봐 시선을 오래두지 못했지만 곁눈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나체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곳곳에 나처럼 옷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고,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인들이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은 생전 처음 겪는 일어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누드비치같은 곳에 가면 당당하게 있을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민망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탁하고 얹는 것이었다. 나는 흠칫 놀라 돌아봤는데 다행히도(?) 옷을 입고 있는 백인 남자였다.

그 : 여기 누드비치 맞아?
꼬드롱 : 음...아마도? 나도 여기 처음이야

그는 대뜸 자신이 워싱턴에서 왔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사실 자기가 오늘 샌프란에 온 첫날인데, 누드비치가 있다는 소리에 와본거라고 했다.

기념으로 사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은데 내 아이폰 배터리가 나갔어. 근데 마침 너에게 카메라가 있으니 내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보내 줄 수 있을까?

알겠다고 수락하니 그는 자신이 정말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며 거듭 강조했다. 사진 한번 찍어주는데 자꾸 미안하다고 하는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5초 후에 정확하게 이해를 해버렸다.

으악!!!!!

나는 바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는 단순한 요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갑자기 훌렁 옷을 벗더니 자연인으로서 내 앞에 서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자 더더욱 당황한 그는 정말 미안하다고 민망해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사진을 찍어 주기 시작했다. 빠른 적응력으로 덤덤해진 나와는 달리, 그는 긴장해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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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즈 좀 해봐, 좀 더 웃고!

잠시 사진작가에 빙의한 나의 열정에 그는 적잖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래도 이내 재밌어하며 우스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진을 다 찍어주고 나니 그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지 않겠냐며 제안했다. 그래 이런것도 추억이지 하며 수락하고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그는 내 카메라를 가져가더니 앞에서 다가오던 남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통나무를 들고 있는 나체의 흑인 남자에게....!!! 대체 왜 통나무를 들고 다녔는지는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카메라 쪽을 쳐다볼 수 가없었다. 그렇다고 옆의 하얀 나체 방향도 좀 힘든 것 같았다. 결국 사진 속의 나는 정말 어정쩡한 표정과 포즈를 하고 있었는데 민망함이 담긴 웃음은 어쩐지 음흉해 보이기까지했다.

누드비치인 베이커비치에서의 기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재밌는 기억 중 하나다. 혹시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한번쯤 다녀와도 좋을 듯 싶다.


여행지 정보
● Baker Beach,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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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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