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하늘엔
하얀 낮달이 매달려 있는
때늦은 저녁
어둠이 오면
바람 귀 들고나는 거리에
달을 따라 다니는 꼬마별처럼
휠체어 한 대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휠체어는
휠체어를 탄 아내와 뒤에는 미는 남편이
마주 보며
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아내는
앞에서 부는 바람을
남편은
뒤에서 부는 바람을
서로 등으로 견디며
마주 보는 기쁨 하나로
웃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휠체어가
거리를 지난 자리마다
사랑의 밀어들을 보도블록 틈 사이로
사뿐히 새겨넣고 있었고
그림자가 주인들 따르듯
이 시간의 행복을
사랑이란 두 글자까지 채워가며
목마른 삶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안탈거야,,,,
내가 이걸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할 텐데.... “
“여보
휠체어는 단지 새로 산 신발일 뿐이야.... “
그때의 그 막막함이란,,,,,
우리 부부 앞에
다시 세상 밖으로 출구가 되어 준 것이
휠체어였습니다
때론
내 사랑에게 안부를 물으며
남편의 시계는
모두 아내로 맞추어져 있지만
하루분에
한 시간이 더 주어진다해도
그조차도
아내를 위해 써겠다고
마주 선
사랑앞에 말하고 있었습니다
“늘 함께여서 고마워.... “
“언제나 당신 편에 있을게....”
휠체어를 탄 아내는
“당신은 내가 인생이란 바다를 건너는데
불어주는 바람 같아요”
남편은
사랑은 묻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라며
바닥에 핀 꽃도
무릎을 끓어야 만질수 있듯
부부란 삶의 꽃도
이렇게
휠체어를 탄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서야 만져보게 되었다며
힘든 삶 앞에
반올림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영원할 거라며....
아내의 다리가 되어준 휠체어를 타고
마음에 굴렁쇠로
시간여행을 하는 우리 부부에겐
힘들면
쉽게 깨어져 버리는 얕은 사랑들 앞에
당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한결같이 사랑하겠다며 ...
우리의 사랑은
" 마주꽃 사랑"이라
말할수 있으리.....
부부는 등을 대면
돌이킬수 없는 먼 사이 이지만
마주보면
한없이 가까운 사이 이기에
말해주세요
그대라서....
함께라서....
나의 하루는 당신 거라며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