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버려졌습니다/노자규

저는 버려졌습니다..../노자규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naver.me/xSriNeXd

저는 버려졌습니다....

저도 한때는
귀한 대접을 받고 살은 적이 있습니다
챙김을 받고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뽐을 낼 때도 있었지요
사는 게 다 거기서 그 기라지만
이젠 늙고 병들었다고
한쪽 방 귀퉁이에 버려지듯
내동댕이 쳐질 줄은 몰랐습니다

애써 남의 아픔 보듬어 주고 나면
혹 자신에게 옮길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개쳐질 땐
참 많이도 아파하고 아파했습니다

이젠 저를 보고
"더러운 놈"하며
빈정대기 까지 합니다
자기는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도 없으면서 말이죠
내 신세가 왜 이리되었는지....
이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드물더이다

몸과 마음도 지쳐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남의 아픔은 보이더이다
젊었을 땐
남과 같이 보폭을 맞추고
남과 같은 결과를 얻으려
"나다움의 가치"를
잃고 살았지만
이젠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나를 희생해
남을 빛내주며
다른 이를 위해 재 쓰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보렵니다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 그런 착함”도
같이 간직한 채 말입니다

참!

제 이름은 걸레입니다

출처/노자규의 골목이야기

걸레

                    노자규

빨아도 빨아도 시커먼 넌 걸레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하지만
다 닳을 때가지
더러운 것을 딱아주는
너의 착함은 어디서 오는지

걸레는 버려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해
재 쓰임을 다하는
너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더러운 곳 닦고 나면
자기 몸에 혹 더러움 묻을까
천리만리 구석지고
외진 곳으로 팽겨쳐지는 너
그맘 알아주는 이 참으로 더물다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딱아주기가 그리 쉬운가
더러운 것을
딱아주니 걸레는 참으로 착하다

남과 싸울때
"걸레 같은 자식"이라 욕하지 마라
넌 말 한마디 따뜻하게
남의 아픔을 감싸준 적은 있더냐

"더러운놈"하며 빈정되지 마라
너는 살면서 자기 몸으로
남의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딱아준 적이한 번이라도 있느냐

보이는 곳은 빤들빤들 광내놓고
너를 구석에 내팽개치는 건
“위선”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
남과 대립된 내가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고 산다

남과 같이 보폭을 맞추고
남과 같은 결과를 얻으려 하며
"나다움의 가치"를 잃고 사는 건 아닌지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걸레의 그런 착함”을 되새겨 봅니다18-05-29-11-26-50-921_deco.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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