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
해묵은 아침이 어제와 같은 오늘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는
하루해가 짧다고 투정을 해대며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계십니다
젊을 때 만난 아내의
하얀 분칠 한 머리를 감겨주며
“임자 언제 머리에 이렇게 눈이 내렸누”
애닮은 손길로 어루만지며 햇살에 감긴 머리를
지는 노을에 말려가며 노부부의 사랑은
서둘러 나온 달과 함께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영감 어디 가실려구 그래요
다시 안 올 사람 처럼 “
“아녀. 뭐든 미리미리 해둬야
내 맘이 편해서 그려”
그렇게
지는 해에
아쉬움을 매단 할아버지의 하루는
풀잎 속에 귀뚜라미 소리가 울리고서야
손에서 일을 내려놓습니다
헐렁해진 아내의 뼈마디가
할아버지의 맘속에 머물더니
먼길을 자전거로 내달린 뒤에야
마당에 솥을 걸고 사골을 우려냅니다
“뭐여요 그게“
“뭐긴 임자 줄려고 사 왔지 “
"내버려두었다 아들 손자 오거든
같이 먹게 하지 않쿠선 “
“젊은 저거야 두발 생생하니까
배고프면 알아서들 챙겨 묵겠지
다 큰 자식 걱정 들어놓고
임자나 잘 챙겨 이젠 “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사랑을 불타도 연기가 없다는 게
여기 노부부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해 질 녘
오고 가는 구름 따라
피어나는 노부부의 이야기꽃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둠이 먹칠한 하늘에 별이 떠면
마당 귀퉁이
움푹 파인 웅덩이에 별이 들고
그럼 노부부는
평상에 나란히 하늘을 보고 눕습니다
남자의 최고의 자산은 아내라는 듯
할머니의 고단한 어깨를 주무르며
하루 땡볕에 그을린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자락에
웃음 짓더니
“ 저 녹음기 테이프처럼 되풀이되는 게
인생이라면 그때도 나랑 또 만날거유...
라고 할머니는 넌지시 말을 건 냅니다
“그땐 새 테이프로 바꿔야지..”라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뒤
지나다 아픔을 본 바람처럼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가며
“ 임자
고생하는 거 두번 보기 싫어서 그려"
서산에 해가 걸려 물끄러미
할아버지집 앞 마당을 바라보고 섰는데도
장작을 산더미같이 마당에 올려놓더니
마실 나간 바람을 안은듯 한 움큼씩
부뚜막 근처에 수북이 쌓아둡니다
할머니 고무신도 씻어놓고
해묵은 양말까지 빨아
일일이 옷장에 넣어두면서 말이죠
햇살이 밀어줘서인지
노부부는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
학교 운동장에 나란히 앉아서
그네를 타다 시소도 타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할멈 나 만나 고생만 하게 해서 미안혀“
“새삼스럽게 나만 고생했남요..
그런 영감님도 저 데리고
산다고 고생 많으셨수..”
"임자 이돈 꼭 가지고 있어
“웬 돈이래요”
“임자
혹시 아프거나 하면
이것 주면서 자식 놈들 보고
병원에 데려다 달라구 혀
혼자 끙끙 앓고 누워있지만 말구.. “
“어디 꼭 먼길 떠날 사람처럼 그러우..”
“가긴 어딜 가
내 자리가 임자 옆 인디... “라며
맞잡은 손을 꼭 쥐어 보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늦게까지 잡고 있고 싶었든
그 손을 바라보며
세월에 담긴 묵직한 사랑 때문인지
노을빛에 행복을 노래하는 소소한 일상 앞에
아직 못다 보여준 사랑이 남았기에
아쉬움은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 밤이 아내와
누워 보는 마지막 밤일지 모른다며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조금만 더 시간이 허락되길 빌어봅니다
할아버지는 쉬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할머니의 수의를 매만지며
“평생 내 마누라 해줘서 고맙소
임자는 더문더문 오고 가는 자식들과
손자 재롱 더 보고 천천히 오소
내게 올 땐
이 옷 입고 이쁘게 하고 오구려.. “ 라며
까만 어둠을 도화지 삼아 하얀눈물로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내 없다고 자식들 한테 가지 마소
죽어나 사나 당신 집은 여기니께... “
눈물로 건너는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위안받고
가슴으로 언 손 녹이 든 이곳이
당신 집이라며....
이별도 삶의 한 조각이기에
두 사람이
슬퍼지 않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과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떠날 사람이 남겨질 사람에게
세상에서 사장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있었습니다
" 다음 세상이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도 임자를 꼭 만나리다"
어떤 이별도 ...
이별은 아픈 걸 아니까
미리 이별을 배워뒀더라면....
영원할 것만 같은
부부에게도 이별은 있는 거니까
사랑이 길었기에 더 힘든 이별 길 위에서
목이 쉰 겨울이 오기 전
머물지 못해 부서진 바람이 된
할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자신의 머리를 잘라 넣어주며
할머니는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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