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이 개발자다. 개발은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그다지 완벽하지 못하다. 테스트를 해보면, 개발할 때 생각지 못했던 버그가 발생하고, 필드테스트를 하면 또 다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설계 - 설계검증 - 샘플제작 - 샘플검증 - 양산금형 제작 - 설계검증 - 양산금형 수정 - 설계검증2 - 양산금형 수정2 - 설계검증3 - 양산금형 수정3 - PP의 단계를 거치고도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하면 A/S가 대량 들어오게 되며 회사의 사활이 걸린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그래서 개발 단계에서 버그를 최대한 잡아내야 좋다. 필드테스트에서 사건이 터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양산 후 고객이 구매한 제품에서 버그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쪽팔린 거다.
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책 뒷면엔 책 만든 사람 이름이 쭉 적혀 있어. 편집자 이름은 물론 디자이너 이름에 홍보자 이름도 적혀 있지. 난 개발도 실명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만든 제품에 기구설계 김ㅇㅇ, 하드웨어 이ㅇㅇ, 소프트웨어 박ㅇㅇ'이라고 적어야 하지. 만약 제품이 개판이면 내 이름에 똥칠하게 되는 거거든. 물론 제품엔 내 이름도 네 이름도 안 들어가. 하지만 들어간다고 생각해. 네 이름에 똥칠할 제품 개발하지 말라는 거야. 그건 개발자의 자존심이야. 내가 만든 제품이 소비자에게 가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건 개발자 자존심이 개발리는 거지.'라고
스팀엔진이 최근 자주 멈춘다. 내가 스팀엔진 개발자라면 쪽팔려서 스팀 떠난다. 이렇게 개발해놓고는 없는 것보다는 좋지 않냐는 어고드의 말이 더 재밌다. 얼마나 기다려주면 될까? 이제 1년이나 됐다. 1년이나 된 스팀엔진이 뻑하면 죽는다. 정말 내가 개발자라면 졸라게 쪽팔려서 스팀 탈퇴한다. 난 그렇게 일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했다. 그래서 지금도 일 주는 사람이 있다. '김영진 실력은 온 세상이 알아주지'라고 말하며 내게 일을 맡긴다. 나는 내가 실수라도 하면 창피함을 느낀다.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 스팀엔진 개발자는 개발자 자격도 없다.
최근 스팀엔진이 자주 멈춘다. 이유는 모르겠다. 공지도 없으니까. 기본이 안 돼있다. 공지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유를 모를 이유로 스팀엔진이 자주 멈춘다. 스팀엔진 토큰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개발자의 무능이다. 토큰들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얼마나 더 기다리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