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에 속았나?

구름과 나 - 블랙테트라

엄살

핑곗거리를 찾아서 중단하려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 이 아니라 매를 맞을 때 덜 맞으려고 일부러 큰소리로 울면서 뒹굴거나 자신의 곤란함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등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살짝 과장하는 행위"입니다.

녀석이 오늘 병원엘 다녀왔습니다. 집사람과 딸, 까똑을 보내도 시큰둥한 게 보나 마나 차 안에서 다투었나 봅니다. 집사람은 이 사태를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고 나 역시, 속으론 그 이상으로 난감합니다.

가게에 도착해서 전한 말론 병적 예후가 전혀 보이지 않으나 굳이 알아보시겠다면 1백만 원짜리 MRI를 찍어 보시라. 즉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비보험이다. 특별히 부탁한 터라, 게다가 그 병원에서 가장 정통한 분이라니 척하면 삼척이겠지요?

속에서 화기가 확 솟아오르며 까똑으로 '요놈.'하고 먼저 날렸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을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지더군요. 병의 원인은 피지컬일 수도, 넌 피지컬 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Physical, Non-phisical 혹은 Psychological. 전자라면 약이든 수술이든 방법이 있지만 후자는 즉효약이란게 더더욱 없으니 시간을 갖고 뭉쳐진 마음을 푸는 수밖에.

'깜딱 놀랐잖아, 새꺄. 다행이야. 별일 없어서.'

답이 없습니다. 속으론 저 버럭 대마왕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데 웬일이지 싶을 겁니다. 마누란 거 봐라, 내 말이 맞지, 이젠 니가 다 책임져의 표정으로 꽁하고 있고.

산 입에 거미줄 치겠습니까? 어차피 불알 달고 태어나 만들었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던, 아니면 누렁지가 되든 내가 알아서 해야지요. 이 땅에 태어난 수컷이자 애비로써의 책무를 디질 때까증, 게거품 물고 하면 밥이야 먹겠지.

한편으론 아침마다 끌고 와선 곁에 두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딸의 마음과 어른으로 자라는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몸 성하고 정신 온전한데 뭘 더 바라나? 이만하면 족하지. 언제 갈지 모르는데 그때까진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다 주고 가면 될 텐데.

손을 잡아 끌어 이게 앰프고 저게 스피커고, 이건 플러그고 이건 선재고 어쩌고저쩌고. 표정이 '워쩌란 겨'입니다만 지치지 않고 알려주며 혹시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려 봅니다.

혹시 말이야, 아빠가 아프면 너라도 이걸 지켜야 하지 않겠어?
혹시 말이야, 아빠가 갑자기 없어지면 이런 거라도 알아 둬야지.
여잔 전기 모르라는 법 있냐? 드라이브, 망치도 쓸 줄 알아야 해.

마치 무인도에, 혹은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듭니다.

공부는, 지식은 마음 독하게 먹고 1년만 죽어라 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방식이나 지혜나, 잡학과 술수는 그 정도론 어림도 없습니다.

난 단지 공부 먼저 하고 나머지를 천천히 익히는 방법을 뒤집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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