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벨리 이야기

2015년 1월에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기면서 살짝 교정을 보았습니다

미국에 실리콘벨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판교 테크노벨리가 있죠. 벌써 이곳에 온지도 2년이 되어가네요. 몇가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IT관련 클러스터는 대부분 일해 본 것 같아요. 테헤란로, 가산, 상암(DMC)등지에서도 일해 보았고요, 부차적으로는 여의도, 홍대, 정자등에서도 일을 해 보았네요.

다른 IT직장가가 가지지 못한 판교테크노벨리만의 매력
여러 직장가를 다니며 느낀것 중 하나는 판교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거에요. 다른지역은 정장입은 직장인들이 주로 목격되는 곳인데요, 판교는 특이하게 자유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점심, 출퇴근 시간 전후로 많이 보여요. 또한 상대적으로 순수한(?)곳이라 저급한 수준의 유흥업소가 거의 없습니다.(유흥업소 자체가 저급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불법업소 찌라시가 거의 안 보이고요, 저녁이나 주말에 보면 아이들 대리고 산책나오신 가족분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강남이나 가산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죠.

또, 재미있는것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 스케이트보드나 전동킥보드, 드론도 목격됩니다.(물론 겨울에는 그러한 풍경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느 직장가가 이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 직장가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마음에 듭니다.

그 외에도 강남의 여타 빌딩들과는 다른 모습의 빌딩들이 많습니다. SK플래닛, 안랩, 넥슨, 네오위즈같은 사옥들의 로비를 보거나 일부 회사들은 안에 들어가서 사무공간도 보았는데요, 크게 볼건 없지만 소소하게 재미있어요.

또한 중견기업 위주의 구성이 되어서 그런지 소득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2012통계 기준으로 판교테크노벨리의 평균연봉은 우리나라 평균에 비해 600만원이 더 높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물가가 너무 비싸요 ㅠㅠㅠ (임대로 자체도 비싼걸로 알고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벨리의 마을버스, 정거장이 다 회사이름을 따라 붙여졌어요)

판교테크노벨리가 가지고 있는 약점
하지만 옥의 티도 있어요, 아니 좀 심각한 문제들이기도 하죠.

판교의 집값은 정말 높기로 유명하죠. 그래서 정작 판교 직장인들중에 판교 사시는분들은 손에 꼽습니다.(임원급을 제외하면 판교 아파트 사시는분 딱 두분 봤습니다) 원룸 사시는 미혼 분들이나 판교에 꽤 계시죠. 보통은 멀리 살거나 용인수지 부근에 거주하고 계시는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미 유명해진 주차와 대중교통 문제.. 분당이나 경부라인에 살고 계신분이 아니면 판교 출퇴근은 불지옥 난이도입니다. 대중교통 자체도 적을뿐더러 차를 몰고 온다고 해도 출퇴근 상습정체구간을 뚫어야 하고 주차전쟁을 치루어야 하죠. 대한민국 관련법상, 회사건물에 주차장도 많이 못 짓게 한다고 하네요 ㅠㅠ

소소한 에피소드
동종업계가 몰려있는 직장가라 그런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습니다.

점심시간에 팀원이랑 식사를 하지 않으면 혹시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온 것 아닌가 하는 장난스런 의심도 받고요(!)
특히 정보통신쪽 전공을 하신 분들이라면 동기선후배가 판교에서 많이 보입니다. 덕분에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간인 점심에 약속이 많이 잡혀요.
업무상 타 회사로 외근을 가야 하는데, 100m 옆에 있다거나…ㅋㅋㅋ
… 뭐 그런 곳입니다.

올해에도 벌써 후배 다섯이 판교에 이미 왔거나 곧 올 예정이라 하는군요.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직이 정말 잦아요. 그래서 한 회사에 좀 일을 하다보면 이직을 하시거나 이직을 오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철수씨 이번에 이직한다면서요? 축하해요”
  • “하하 감사합니다. 어차피 근처니 간간이 뵈요”
  • “근데 어디로 이직하시나요?”
  • “아래층요”

또 다른일은 이런일도 있었죠.

  • “영희씨 우리팀에 오신걸 환영해요”
  • “감사합니다. 즐겁게 일할게요”
  • “근데 이전에선 어디서 일하셨나요?”
  • (창문 가리키며)“길건너 저 건물요”

또… 동종업계 직장인들이 몰려있는곳이라 타게팅 광고도 종종 보입니다. 제일 대표적이었던게, 판교역과 판교 마을버스에 있던 “넥슨 경력직 공채광고”….
그리고 요즘 판교역을 가면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 광고가 보이는데요, IT프로젝트의 진행을 모티브로 한 광고 등 판교 직장인들의 여러 사연을 받아 광고를 하고 있고요,
가끔은 드론으로 현수막을 날려서 광고하는 것도 보이는 동네입니다.
치킨집 광고도 프로그래밍 소스코드로 하는 센스까지 발휘…

소프트웨어 업계 특성상 신혼부부라거나 부부생활 시작한지 얼마 안되신 20~30대 분들이 많죠. 그래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종종 있는데요, 퇴근시간 마을버스 보면 아이와 함께 퇴근하시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어요. 뭐라할까… 판교에서 어린이집 운영하면 꽤 잘될것 같은데, 왜 사옥 외에는 어린이집이 안보일까요? 임대료나 필지허가 문제일까요?

그렇게 판교테크노벨리에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마음에 드는 직장가에요. 잘 정돈되어있고, 저급유흥업소 적고, 지인들 많고 자유로워 보이는… 그런곳이죠 :)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