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마약왕>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한자리에 모여서 배우들도 볼 수 있었네요. 최근에 <스윙키즈>가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마약왕>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홍보중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송강호 배우라는 티켓파워를 믿는듯한 모습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보고와서 송강호 배우를 충분히 살린 영화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작품이 송강호 배우의 아우라를 못살린 느낌이에요.
줄거리를 요악하면 마약을 역수출하여 시대를 풍미했던, 왕이라 불렸던 이두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를 쫓는 검사와 이두삼을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 가려는 로비스트가 등장하며 극을 이끌어 갑니다.이두삼은 극중 창조된 캐릭터이지만, 실제로 과거 1970년대에 존재했던 이황순이라는 인물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많이 참고하여 각색한 것 같아요. 결말 부분은 거의 비슷하니 스포가 염려가 되시면 영화를 다 보신 뒤에 이황순에 대한 기사를 보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영화는 조연급이지만 주연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는 출중한 배우들이 출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송강호를 필두로 좋은 배우들이 주조연을 맡았죠. 하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부족해보입니다. 아무리 송강호 배우라고해도 말이죠. 저는 그 이유를 '목표'의 부재에서 찾고 싶습니다. 목표가 없으니 캐릭터의 매력이 살지 않습니다. 이두삼을 필두로 주변 인물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불분명해보입니다. 후반에 이르러서 목표가 드러나지만, 이미 추반부에 매력의 부재로 인해 조화롭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각자의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앙상블이 느껴지지 않죠. 여기서 송강호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휘하려고 하지만 많이 묻히는 느낌입니다.
여기에는 매끄럽지 않은 씬의 전환도 한몫을 하는 것 같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는 극의 전개도 종종 지루함을 느끼게 합니다. 러닝타임이 굉장히 길어서 호흡 조절도 필요했는데 실패한 느낌입니다.
마약을 빼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셀링 포인트 관점에서 봤을 때 흥행을 크게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자극적인 소재가 꼭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니 이런 소재에서는 관객이 기대하는 정도가 있을텐데 못미치는 것 같네요.
넷플릭스의 <나르코스>와 많이 비교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캐릭터도 그렇고 이두삼과 에스코바르의 인생도 그렇고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나르코스>든 <마약왕>이든 인물 자체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낸 <나르코스>에 한표를 주고 싶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하는거 자체가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에스코바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가 궁금하고, 그를 쫓는 요원들이 놀랍게도 '실패' 하는 부분이 재미를 더 주는 것 같네요.
P.S 인상깊었던 연기를 뽑고 싶은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