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에 낯선 전화번호가 뜬다.
어머니집 1층에 사는 세입자인데, 수도관이 얼어서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입자는 물을 계속 틀어 놓았는데 수도관이 얼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건물구조적 문제로 본인 잘못없이 얼었기에
고쳐놓아야 한다고 한다.
수돗물을 틀어 놓았는데 얼었다고 우겨대며 끝에는
에이~~~xxx욕설을 하며 전화를 뚝 끊고는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낮 술에 취해서
병원에서 입원중이신 엄마하고 통화하고 딸인 나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살다살다 별별 인간들이 많겠지만 오전부터 화가 치밀었다.
이사들기 전에 몇 번인가 본 적은 있지만
볼 때마다 술 냄새가 나서 걱정이긴 했지만
말하는 본새는 제법 점잖게 그리고 뭐 시를 쓰는 문인이라고
자랑하며 점잖은 척은 다하더니 슬슬 한 달을 넘어서니
본색이 들어나나 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같으면 단단히 혼쭐이 났을텐데...
문득 아버지가 계셨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1층세입자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고
'타향인 이곳에 온 지 15년이 넘었고요, 어려운 사정이야기 잘 들어주고
술도 사주시고..등등 윤사장님이 참 좋으셔서 잘해주셨는데...'
하며 너스레를 떨며 1층 방을 임차하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사정사정해서 보증금 깍고서야
들어왔던 그런 세입자였다.
퇴원해서 집에 돌아오신 엄마도 1층 세입자아저씨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엄마가 홀로 계신 것을 알고
무례하게 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하신다.
1층 세입자의 황당횡포로 속상하셔서
전화를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연락두절상태다.
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고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