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고찰

먼저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암호화폐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인식에 대해 고백을 하겠다.
나는 일단 천성이 보수적인 사람이다. 이러한 성격은 나의 투자성향에도 영향을 미쳐서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투자행위에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이러한 탓에 요즘같은 비트코인 열풍에도 내돈 10원한장 투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별로 쿨하지 못해서 주변사람들의 일이 잘풀렸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보단 배아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요즘은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배아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이유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던 중, 회사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겨 어쩔수 없이 1주일 동안 인터넷상의 여러 글들을 보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하여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1주일간 쌓아 놓은 얕은 지식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일단 내가 공부한 바로는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의 제작의도는 기존의 화폐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흔히 가상화폐라 부르는 것들이 정확히는 가상화폐의 범주안에 있는 암호화폐이고 여타의 가상화폐와 암호화폐의 차이점은 바로 기존의 화폐시스템과의 종속 관계이다.
가상화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네이버페이에서 쓰이는 N페이 포인트,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포인트들, 싸이월드시절의 도토리, 그리고 금융사들의 전자여신 등이 이에 속할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기존의 화폐시스템과의 종속관계를 이루며 가치교환의 도구로 사용되고 앞으로도 이 종속관계를 벗어 던질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반면에 암호화폐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거래의 도구로 사용 될 목적으로 발행 되는 것들이다.
물론 기존 화폐들도 한 국가의 화폐시스템이 다른 국가의 화폐시스템과의 연동성으로 인해 환율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따라서 완벽히 독립적이라고는 볼 수 없고, 이 말은 미래에 암호화폐가 독립적인 화폐시스템으로 자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기존의 화폐시스템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환율이라는 것이 불가피 하게 존재 할 것이다.하지만 나는 암호화폐와 기존의 화폐시스템이 공존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둘중 하나는 없어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암호화폐라는 것은 기존의 화폐시스템을 대체하기위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목표를 완수 한다면 기존의 화폐시스템은 사라 질 것이고 반대로 완수하지 못하면 기존의 화폐시스템에 종속된, 그저 블록체인 기술, 혹은 그보다 더 효율적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즉 기존 화폐시스템에 종속되는 사이버머니)로 전락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측은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단 아직까지는 암호화폐가 화폐의 기능 하지 못함은 명백하다. 화폐의 기본적인 기능인 가치저장의 기능이 완벽히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암호화폐의 거래가가 요동치는 때에는 그 누구도 커피한잔에 몇 비트코인이라고 말 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현재의 암호화폐는 그저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자재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러한 넓은 진폭의 시세변동이 한편으로는 암호화폐가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암호화폐는 기존의 화폐시스템으로 저장되어 있던 가치들을 전부 흡수해야 만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암호화폐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한가지 의혹이 생겼다.
암호화폐 제작에 대한 기술은 오픈소스로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
이 말은 위조된 암호화폐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구글에서 '암호화폐 제작' 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자신만의 암호화폐를 만들었다는 글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아무나 암호화폐를 만들어 발행 할 수있다면 인류 초기의 화폐인 조개껍데기처럼 너무나도 구하기 쉬워져서 가치를 가질 수가 없다. 그저 쓸데없이 저장공간을 차지하는 몇바이트짜리 코드일 뿐인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암호화폐들이 발행 되고 있다. 이 말은 비트코인의 채굴량은 한정 되어있지만 암호화폐 전체를 봤을 땐 그 채굴량이 점점 늘어난 다는 것이다. 채굴량이 늘어 날수록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각각의 암호화폐 발행자들은 자신들의 암호화폐의 기술적 차별성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암호화폐는 사장되어 휴지조각이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자본을 날려버리는 피해자들이 생겨난다면 사람들은 점차 암호화폐를 외면하고 기존의 화폐시스템으로 돌아 가려고 할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가 기술기반의 화폐라는 것에서 위험성이 있다. 여기서 51%공격이나 양자컴퓨터 같은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어쨌든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그 어떤 완벽한 것도 새로운 것을 이길 수 없다고.
아이폰5는 아이폰4보다 좋았고, 갤럭시s4도 갤럭시s3보다 좋았다. 가끔 갤럭시 노트7같은 실패작도 있지만 결국 노트8이 출시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의 시리즈들을 대체해버리고 만다. 이러한 현상이 암호화폐에서도 발생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비트코인v2, v3.... 이런 식으로 업데이트 되며 가치를 보존할 수도 있겠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다른 암호화폐에게 밀려 가치가 떨어지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난 여전히 보수적인 사람이고 여전히 암호화폐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내 주변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생각 하고 있지 않다. 블록체인이 뭔지도 모른다.
그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거래소에 입성하는 것이다.
즉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미래사회보단 현재의 화폐시스템에서 부자가 되는 꿈을 꿀 뿐이다.
물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짐바브웨처럼 통화정책에 실패한 정부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국의 화폐 보다 암호화폐를 선택하여 한 국가의 화폐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암호화폐로 대체 될 수 있다는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스위스의 어떤 소도시를 미래사회의 모델로 점치면서 이 화폐혁명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혁명의 끝이 성공적일 수만은 없다. 특히나 급격한 진보는 오히려 사람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보수성을 자극하여 반발을 사게 된다. 공산주의의 기본 개념자체는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였고 그로 인해 2차 대전을 전후로 많은 국가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공산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공산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이론이었다는 것이 공산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증명되었다. 지금 현재 공산주의 이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 될 뿐이다.
암호화폐를 통한 화폐혁명 또한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는것이다.

사실 암호화폐의 미래고 나발이고 나도 내글에 사람들이 투표 좀 해줘서 스팀달러좀 만져봤으면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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