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스스...
바람이 나뭇잎들을 간지럽히는 소리가 들린다.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빛은
소년의 눈가를 살포시 비춘다.
이내 그 빛은 제 모습을 드러내려는 듯
환하고 따뜻하게 소년의 얼굴을 감싸 안는다.
소년은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침대 주변을 더듬더듬 만지다가,
겨우 휴대폰을 찾아내고는 시간을 확인한다.
6시 50분,,
이미 일어나야 할 때가 훌쩍 지나버린 시각이다.
소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꿈에 나왔던 넓은 들판과 따스한 햇살을 원망한다.
"어쩐지.. 모처럼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더라니"
소년은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이내 몸을 추스르고
집을 떠날 채비를 한다.
7시 30분,,
소년이 도착한 학원 앞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다.
'일타 강사'의 강의를 앞자리에서 듣기 위해
몰려온 이들이다.
그들은 소년과 달리
넓은 들판과 따스한 햇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듯 보인다.
소년은 그들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소년보다 불행한지도 모른다.
이들은 소년과 달리 꿈에서조차
꿈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년은 태양이 지고 달이 하늘 높은 곳에
자리 잡을 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소년은 오늘 밤에는
꿈을 꾸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이불을 감싸 안았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그다음 날에도,
바람은 나뭇잎을 간지럽힐 것이다.
꿈에서 소년을 기다리던
넓은 들판과 따스한 햇살은 오늘 밤에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소년이 들판과 햇살을
반가워할지, 피하려고 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