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지나간 일을 떠올릴 수 있다. 유치원에서 소풍간 일, 장난감을 미끼로 포경수술한일, 지나가다가 만원을 주웠던 일 같이 짧은 기억도 있지만 가족들과 경포대에로 놀러가서 1박2일로 놀았던 일, 글라이더를 한달 동안 열심히 만들어서 3등 했던 일, 할머니 댁에서 보낸 행복한 2주 같이 길게 기억 나는 추억도 있다.
인류는 오래전 부터 타임머신 개발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다. 그와 관련된 영화 부터 관련 의혹이나 루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타임머신에 대한 인류의 갈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추억이라는 것은 위대하다. 추억은 인류가 개발하지 못한 타임머신의 역할을 어느정도 수행할 수 있다. 지나가다가 아이스크림 콘 하나만 봐도 우리는 추억을 통해 그와 관련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짠돌이인 엄마가 절대 안사줄 거라고 생각하고 딱 한번 사달라고 했는데 길거리에서 바로 아이스크림 콘을 사줘서 정말 달콤하게 먹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경험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옛연인들과 함께했던 장소나 물건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
이처럼 추억은 공짜로 시간여행을 하게해주는 위대한 것이다.
요즘은 덜 하지만 한때 과거에 얽매여 제대로된 삶을 살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잠을 자면 꿈에서도 맞았고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가위에도 자주 눌렸고, 깊은 잠을 자지못해 만성 두통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학창시절 찌질이였다.
꿈이라면 조금 다를 줄 알았지만 여전히 저항한번 못하는 찌질이였다. 어쩔때는 선생님까지 나를 같이 놀렸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때를 떠올리지 않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그때가 생각나려고 하면 다른 생각을 하는것이었다.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치료를 받고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때의 기억을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추억도 계속해서 회상하면 그때의 아련함이 무뎌진다.
집안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옛 친구의 편지는 가슴 따듯해지는 아련함을 주지만 책상위에 올려놓고 매일보면 몇달 뒤 그 편지는 그냥 종이가 된다.
이런 원리로 나는 학창시절의 아픔을 일기로 기록하고 스팀잇에도 썼다.
효과는 충분했다. 조금만 떠올라도 회피했던 그 기억을 자세히 보자, 그렇게 최악도 아니었고 그 속에 좋은 기억도, 배울점도 고칠점도 많았다. 이제는 꿈에서 괴롭힘 받는것이 많이 줄었다. 깨어있을때 그 추억을 바라봐서 그런 것 같다.
이제는 그때의 기억을 감히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두운 추억도 추억이다. 그리고 그 어둠을 계속 바라보면 그곳에서도 무엇인가 보인다는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꾸준히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싫든 좋든 기억할 수 있다면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