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누군가의 어떤 여행', @travelwriter입니다.
이번에는 그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에서 특별한 문화 체험 수업에 참가한 내용인데요. 제가 애정하는 터키의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림이라기 보다는 정확하게는 특별한 기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에브루(Ebru)입니다.
몽글 몽글 피어나는 물감이 퍼져가는 모습이 오묘합니다
에브루는 터키쉬 마블링(Turkish Marbling, 또는 Traditional Turkish Painting Art)으로도 불립니다. 마블링은 물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려 특별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덮어서 그림을 묻어나게 하는 미술 기법인데요. 물감을 떨어뜨릴 때 힘의 강약을 조절해 특정한 패턴을 만들거나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물 위에 뜬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죠.
에브루 체험이 시작됐습니다
에브루도 우리가 아는 마블링과 거의 유사한 방식인데요. 일반적인 마블링이 추상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수준이라면, 에브루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블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에브루의 가장 큰 특징이죠. 자세한 내용은 에브루 기법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알아보겠습니다.
벽면에 걸려 있던 에브루 작품들. 사진보다 실제로 보는 게 훨씬 멋집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에브루의 기본 도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키트레(Kitre)
사각 틀안에 담긴 키트레와 홍조 가루
일종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키트레는 콩과 나무의 줄기에서 채취한 점성이 있는 수액을 물과 섞어서 만듭니다. 보통 가루 형태를 띈다고 합니다. 문화원에서는 이 가루를 우리말로 ‘홍조 가루’라고 설명합니다.
물감
물감은 대부분 자연에서 채취해서 사용합니다. 풀이나, 돌, 흙 등에서 해당하는 색상을 뽑아내는 식이죠. 그러나 색상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채취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노란색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물감은 12가지를 기본 색상으로 하지만, 12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원하는 색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액상으로 만들기 전의 염료
한편, 에브루에 사용하기 위해선 가루 형태의 염료를 물과 섞어 액상화시킨 뒤, 다시 소의 기름을 섞어줘야 합니다. 앞서 마블링에 대한 설명에서처럼 물과 기름의 밀도차로 인해 물감이 물에 섞이지 않고 떠 있게 되는 거죠.
여기에 물과 소기름을 섞으면 에브루 전용 물감이 탄생합니다
붓
붓은 상당히 투박하게 생겼습니다
에브루용 붓은 투박한 편입니다. 붓대는 물에 닿아도 잘 썩지 않는 장미 나무를, 붓털은 말총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사실 투박하게 생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서예용 붓처럼 붓털로 그리는 용도가 아니라 물감을 묻혀서 ‘터는’ 용도이기 때문입니다. 물감을 많이 머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양의 물감을 떨어뜨리기 쉬운 모양으로 디자인됐다고 볼 수 있겠죠. 뒤에도 설명하겠지만, 사실 이 붓을 터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1-2년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영상 중 하나인데요. 유명한 에브루 아티스트 가립 아이(Garip Ay)가 고흐 작품을 에브루로 표현했습니다. 그냥 봐도 신기하고 놀라운 작품이었지만 에브루를 직접 체험해보고 나니 얼마나 대단한 작품(과정)인지 알게 됐다죠.
본격적인 체험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