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이 맥을 못 쓰고 있다. 이것은 일시적인 것일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도 마찬가지지만 보수언론 역시 환골탈태 수준의 재편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예전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작자들이 하는 걸 보면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뭉개고 앉아 개기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면 다음 기회를 맞을 수 있을까? 답은 '글쎄올시다'이다.
보수언론은 원래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와 논리를 갖고 있지 못했다. 반공과 기득권에 매몰된 그들의 레퍼토리는 젊은 층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이 위력적일 수 있었던 것은 메시지 유통 구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일간지에 지상파 3사와 포털을 장악한 그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메시지가 우선권을 가지고 유통되도록 할 수 있었다. 진보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그것은 파급력을 가질 수 없었다. 스피커의 출력이 너무 약해 사람들의 귀에 가 닿을 수 없었으므로..
김어준은 그의 명저인 '닥치고 정치'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진보가 집권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뭐냐? 메시지 유통 구조를 보수에게 장악당했다는 거야. 메시지 유통 구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해. 그 유통 채널을 타고 프레임이 유포되거든. 머리 속에 한 번 세팅된 프레임의 힘은 대단히 강력한 거야. 아무리 정교한 논리도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한 절대 기득권의 구조를 이길 수 없다. 그 프레임 안에서 노는 진보는, 거기 등장하는 허접한 미시 논리를 깨는 데서 얻는 지적 쾌감에 도취되기 십상이지. 그런 후 자기가 엄청나게 똑똑한 일을 했다 생각하며 뿌듯하게 잠자리에 들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세상이야. 그건 역설적으로 그 프레임을 강화시킨다. 주어진 세상에서 아무리 잘 놀아봐야 결국 그 세상 안이다. 프레임 그 자체를 깨야 해.'
그래서 그가 주목한 새로운 채널이 바로 스마트폰이었고 그는 '나는 꼼수다'를 제작해 이 채널로 유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이후로 진보는 이 채널을 이용해 갖고 있던 콘텐츠를 대거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 채널은 메시지 유통 비용이 매우 저렴한데다 진보의 콘텐츠는 질적으로 보수의 그것보다 우수했다. 여기에 '나는 꼼수다'의 열혈 애청자였던 젊은 층이 이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이들의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기 시작하면서 보수언론의 몰락은 시작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가 새로운 메시지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이 채널은 급기야 언론이 공급하는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 분야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존 언론이 생산한 기사를 씹어댄다. 그리고 기사의 의도와 내용까지 분석하여 자기만의 관점으로 소화한 다음 유통시킨다. 이 과정에서 보수언론의 관점과 의도는 해체되고 영향력은 반감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복병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다. JTBC가 보수언론의 수명 연장을 위해 만들어진 미디어법을 통해 탄생한 종편 채널이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JTBC의 최순실 Tablet PC 보도는 박근혜 정권 몰락의 스모킹 건 역할을 했다. 보수에 장악 당한 지상파가 젊은 층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을 때 손석희의 JTBC는 빠른 속도로 이들을 시청자로 흡수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보수언론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은 이러한 언론 지형의 변화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수언론은 이제 더 이상 우위를 갖지 못하게 됐다. 사람들은 여전히 지상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만 지상파 3사는 손석희의 JTBC에 밀리고 있다. 최근 MBC와 KBS가 사장을 교체하면서 회복세에 있으나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도 그 동안 공공연히 해왔던 뉴스편집이 문제 가 되고 있다. 여기에 매크로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개선 및 뉴스편집 폐지에 대한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보수언론 보다는 진보언론의 기사가 공유되는 회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수언론의 기사가 공유되는 경우에는 대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코멘트가 붙는다.
보수가 장악하고 있던 메시지 유통 구조의 상당 부분이 해체되면서 그들의 메시지는 파괴력을 잃고 있다. 현실은 이렇지만 그들은 아직도 변화를 거부한다. 그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광고시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앞으로 일정 수준 이상 조정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 팟캐스트에서는 진보 계열의 여러 정치 전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활동하던 평론가나 진행자들의 지상파 진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 또한 파급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제 보수언론의 몰락은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시대는 이렇게 변해가지만 그릇된 이념에 경도된 이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그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면 될 일이다. 대안은 그들이 충분히 몰락한 뒤 세워도 된다. 아니 그들의 몰락 자체가 대한민국 언론의 진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