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정재원의 팀플레이에 대한 소고 (불편함+뇌피셜 주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과 정재원은 멋진 팀플레이를 통해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이승훈이 1위이지만, 정재원 또한 맡은 임무(페이스메이커)를 완벽하게 수행해냈죠. 그런데 어디선가 오는 불편함.. 이건 지워낼 수가 없었습니다.

빙상연맹을 믿을 수 없어서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그런 팀플레이 전략 자체가 불편했던 것일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빙상연맹을 믿을 수 없어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빙상연맹의 부조리한 구조를 많이 봐왔습니다. 파벌, 그게 괜히 생기는게 아니였더라구요. 1등 밀어주기 전략을 추구하다보면 "언젠간" 부당함을 느끼는 8위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팀성적을 위해 이 8위를 내쫓아야할까요?

적어도 빙상연맹은 내쫓아왔던 것 같습니다. 세부사항은 다르지만, 메달 가능성이 적은 여자 팀추월은 버리고 메스스타트에 집중했던 전략적 위치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건은 그에 대한 불만의 표출과 그에 대한 치밀한 보복이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매스스타트는 제게 신선한 충격이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바람막이/팀플레이 전략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알게됐거든요. 도박수를 두고 치고나간 선두 그룹을 따라가기 위한 후발 그룹엔 총알받이가 필요합니다. 후발그룹의 선두로서, 바람을 막아주고 페이스를 이끌어줄 사람이요.

그렇기 때문에 선두그룹을 따라가는 후미그룹은 죄수의 딜레마에 갇혀 있는 듯 했습니다. 흡사 조별과제의 조장으로도 보이는 페이스메이커의 숭고한 희생을 보고 있느라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단편의 사회를 비추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은 4년에 한번 옵니다. 그리고 이변이 많이 펼쳐집니다. 그게 꼭 내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차민규/김태윤, 스노보드 이상호, 컬링의 마늘소녀들 모두 깜짝 메달이였죠. 복권과도 비슷해보이는 이런 기회를 더 큰 대의를 위해 양보하자는 것은, 그 자리에 나 자신과 "빙상연맹"을 끼워넣으면 어딘가 불편해집니다.

글 말미에 남기지만, 정재원은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메달 가능성이 충분했던 선수였어요. 어차피 메달권 아니기때문에 억울한 팀플레이가 아니라고 단정짓기엔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을 적고나니 스팀잇 생태계와도 비슷한 것 같네요.

17/18 월드컵 매스스타트 경기영상을 첨부합니다.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3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을 때, 9위를 했습니다. 경기양상이 평창올림픽과 닮아 있습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