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는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나와 만나서 결혼을 하기까지 단 한 번도 지리적으로 고향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경상도 토박이다. 그렇지만, 처가 부모님들은 모두 전라북도 출신이신데, 집사람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부산으로 오셔서 터를 잡으셨다고 한다. 그런 장모님의 음식을 어려서부터 먹어와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사람의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따금씩, 정체를 알 수 없는 맛을 선보일 때도 있지만, 대게의 경우 처음 해 보았음에도 돈을 받고 팔아도 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그래서, 무어라도 사업 하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에는 식탁에 앉아서 장래에 하게 될지도 모르는 식당의 메뉴를 놓고 즐거운 상상을 늘어놓고 있다.
오늘은 마트에서 닭 안심살과 날개를 사와서는 간장과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치킨을 선보였는데, 입에 넣자마자 연거푸 감탄을 쏟아냈다. 집사람은 그런 나를 보고 '오버하지 마라'라고 손사레를 치기는 했으나 싫지는 않았던듯 자주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
양파는 언제나 가니시로 옳다!
고추장 양념이 잘 베어 든 닭 날개, 마늘과 버섯 그리고 대파를 가니시로 한 접시. 고루 잘 익은 파와 마늘 그리고 버섯의 조합은 영양학적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또 고기만 먹기보다 채소를 곁들여서 먹을 때 그 맛이 배가 된다.
이 지역에서는 교촌 치킨을 잘 먹지 않는다. 해당 업체의 본사에도 건의를 할 정도로 내가 시켜 먹는 부산과 창원의 영업점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맛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촉촉함보다는 뻑뻑하고 양념이 적게 베어든 것 같아서다. 정말 먹을 것을 고민하다고 별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생경할 만큼이나 오랜만에 먹기도 하지만, 여간해서는 이곳의 교촌치킨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집사람의 고추장 양념치킨은 분명 교촌과는 다르지만, 그들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지역 내 유일한 영업점의 것보다 맛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집사람의 컨디션과 기분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손님을 초대해서 이 음식을 먹이고 싶을 정도다.
집사람이 직접 담근 깍두기와 배달 피자에 동봉되었던 오이 피클도 오늘 식사에 함께 했다.
음식을 잘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면 평생 행복하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몰라도 내 눈에는 귀엽고 이쁘다. 게다가 착하기까지 하고, 또 음식까지 훌륭하니 두말할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