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3일차 - 작명과 출생 신고 그리고 초보 부모의 고군분투

2019년 3월 28일의 일기


작명소에 맡겨둔 아이의 이름을 2주간의 산후조리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서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이 달의 마지막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서야 겨우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었다. 오매불망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던 나는 전화를 걸어 아이의 이름을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를 여쭈어보았다. 나의 질문에 대한 그분의 답변인즉, 평생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이름을 짓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하셨다. 게다가, 딸아이의 이름이라면 더더욱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지론인 것처럼 말씀하셨다.

딸아이의 태명은 다올이다. 순수 우리말로서 "다 온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사람과 나는 아이의 태명을 본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주변 몇몇의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럴 수는 없겠다 싶었다. 어디까지나 미신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과감하게 밀어 부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엄마의 뱃속에서 자랄 때 쓰던 이름과 달리해야 아이를 쫓는 귀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해 그냥 지나친다는 속설이다. 이는 마치 옛날 어른들께서 자식들의 이름을 아주 촌스럽게 해서, 좋은 이름을 가진 아이를 데려간다는 귀신을 피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온 지 3일차. 이제 아이와 고작 사흘 밤을 함께한 부부의 눈가가 퀭하게 변해 가고 있다. 새벽마다 우는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하고 젖을 먹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아내는 출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에게 숙면을 재촉한다. 아주 큰 도움을 바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깨도 나를 깨우는 일이 없다.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나도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될 뿐이다. 느지막이 얻은 첫아이다.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렵기만하다. 아내는 계속해서 울고 있는 아이를 어찌할 줄 몰라 연신 땀을 흘리지만, 역부족이다. 그런 아내를 보며 고작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이의 손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거나 가슴팍을 폭 눌러서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분유를 먹이고 바닥에 내려놓은 젖병을 씻어 물기를 털고 살균기에 넣어 주는 일이 지금껏 새벽에 내가 했던 전부다.​


나는 출근을 하면, 당분간은 아이로부터 떨어져서 회사일만 하면 될 뿐이다. 조금이라도 피로할라치면 책상에 엎드려 잠이라도 잘 수 있다. 하지만, 아내는 하루 종일을 아이와 싸워야 하고, 모유와 분유를 번갈아가며 주느라 눈도 제대로 부치지 못하고 피로에 전 상태로 나의 퇴근을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안쓰러운 아내의 모습을 본다. 요 며칠 제대로 된 잠자리에 한번 들지 못한 아내에게 아이가 잠들었을 때를 이용해서 잠을 좀 청하라고 하지만, 아내는 아직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혹시나, 자기가 잠에 푹 들어버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면 어찌할까 싶어 걱정된다고 한다. 적잖이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본인의 뱃속에서 10개월을 키워 어렵게 얻은 첫아이임을 모르지 않는 바,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하소연도 아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되는 나는 한숨을 깊게 들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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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이다. 얼마나 지금과 같이 초보티를 팍팍 내는 부모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비단 육아가 어렵기만 한 이유는 아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고, 아이가 울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부모 때문에 고된 하루를 보내는 아이에게 미안해서다. 아무쪼록 부모가 많이 알고 제대로 대처를 하는 만큼 아이의 생육이 바르고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능숙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나를 포함하는 초보 아빠들, 우리 모두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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