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재테크 관련 글이나 기사를 읽다 보면, 일단 종자돈을 모으고 투자를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을 봐도 투자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일단 종자돈을 모아서 해야지……’ 라는 반응이 제일 많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예금자 보호법이라는 훌륭한 법에 의해 절약을 통해 돈을 모으는 것은 시간 그리고 끈기가 있으면 할 수 있지만, 투자의 경우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경험을 쌓고 그 과정을 통해 배워야 한다. 아무 경험 없이 일단 돈부터 모으고 투자를 시작한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를 하면 그만큼 회사생활에 소홀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더 이상 투자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지 않나 싶다.(회사에는 비밀로 하는 것도 좋다.)
언제까지 회사생활을 할지 모르는 지금의 현실에 단지 아껴서 모으기만 해서 퇴직 이후를 여유 있게 살 수 있을까? 그 정도로 월급을 많이 받는다면 역시 이 글 또한 볼 필요가 없다. (…)
몇 년 전, S저축은행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을 날린 노인들의 기사를 봤다. 그 분들은 평생 아껴서 모은 전 재산을 단지 이자가 높은 예금인줄 알고 후순위채권을 산 것이라는 인터뷰를 봤는데, 최소한 후순위채권이 어떤 상품인지 알았다면 전 재산을 그 상품에 몰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노인 분들도 만약 지금 고금리 시대였다면 굳이 그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매달 이자를 주는 상품에 가입했겠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더 이상 그런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노인 분들도 당시 예금 이자에는 만족하지 못하니, 채권이라는 말만 보고 이자가 높다는 생각에 덜컥 가입했을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노인분들이 아니더라도 금융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상식이 우간다보다도 못하다는 결과가 뉴스에도 나올까? 종자돈을 모으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투입한 나머지 정작 어떻게 그 종자돈을 키워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는 데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농부들은 씨 과일은 먹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큰 역할을 하게 될 종자돈을 모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그 종자를 잘못된 땅에 심으면 힘들게 모아둔 씨들이 전부 열매로 맺지 못하게 된다. 씨를 모아두되 어떤 땅에서 어떻게 키워야 잘 자랄지 미리미리 공부를 해둬야 하지 않을까?
일단 적은 돈으로 시작하자. 내 첫 투자는 LG전자 20주를 산 것이었다. 사고 나서 매일같이 주가만 확인하면서 얼마가 올랐네 내렸네 평가금액만 계산하고 있다가 곱셈 암산 능력만 키우고 정작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도 있지만, 그 처음 경험을 통해서 주식 분야의 책도 읽게 되었고 실적 보고서라는 것도 읽게 되었고 회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종자돈을 모을 때 까지 계속 미뤄만 두었다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