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선비친구가 있습니다. 그친구 전용으로 이 짤을 저장해놓고 다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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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친구 소개에 앞서 일단 저는 사랑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포스팅에선가 말씀드린 것 처럼, 산책로나 절 근처에 놓여진 돌탑을 지날때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었었지요. 아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그랬어요. 학교에서 좌우명 써내라하면 '사랑하자'로 써내고 그랬습니다. 박애주의 쩌네요ㅎㅎ 지금은 물론 생일케익 앞에서도 '제발 취업좀' 이란 소원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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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충만한 사랑은 한살한살 쌓여갈수록 비워지더군요. 연애도 실패해보고, 친구도 잃어보고, 증오라는 감정도 겪어보며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가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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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때부터 먹을거 말곤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다른 말로는 목표가 없이 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저 이 따뜻한 마음과, 만물의 아름다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만 지니면 행복하게 살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사랑을 최고가치로 여겼던 제가 사랑을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줄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제 존재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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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해야 할 일들을 간신히 처리하고, 하루를 막쓰고, 몸도 막쓰며 살고 있을 때 선비 친구가 등판하십니다. 스팀잇에 가입한지 하루 된 뉴비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세세한 뉴비 가이드처럼, 친구의 말은 정처없이 제자리 걸음이던 제 인생에 다시 길을 터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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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비답게 공자님의 중용을 읊어주네요. 결국 사소한 곳 부터 하나하나 나를 갈고닦는 일(修身)이 사랑의 첫 걸음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거겠지요. 저는 이제 일어나자마자 아침에 물한잔을 마시고, 손톱은 이쁘게 깎는법을 모르겠어서 난생처음 네일도 받아보려 하고, 예쁘게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사고, 립밤도 매일 발라요. 인형옷입히기 하듯 요리조리 작은것 부터 修身 하는 중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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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살때 중용을 읽고 인상깊었던 구절을 메모해 둔 파일을 찾아봤습니다. 허접한 감상소견은 스무살이니까 봐주세요ㅎㅋ 저는 그때도 자신에게 정성을 다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 ㅎㅎ
나를 먼저 가꿔야 한다는 진리는 오랫동안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애기애타등의 명언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너무나 뻔하디 뻔한 명제지만, 그 뻔한 명제가 비로소 나에게 와닿는 순간은 특별하지요. 그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 준 선비님께 감사한 마음은 어떻게 전해야할까요? 좀전에 눈길에 자빠지라고 악담 했는데 취소취서 퉤퉤퉤 해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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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비라고 맨날 이쁜말만 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와중에 제 앞날은 걱정해주네요^^ㅋ 그럼 저는 이만 매질을 피하기위해 새벽열공하러 뿅=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