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23살이 경영컨설턴트라고?

분식집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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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영세 소상공인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봉사활동이라 할 지언정, 20대 초반인 제가 한 가게의 흥망성쇠를 책임지게 된다는 부담감에 엄청 떨려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맡은 가게는 성북구의 10평 남짓한 동네 분식집이었습니다.
아... 가게의 외관을 처음 마주하였을 때 그 아찔함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아 잠깐만..이거 내가 할 수 있는건가...?ㅋㅋㅋㅋ(feat.실소)
중국집인지 분식집인지 알 수없는 인테리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장부정리, 넘쳐나는 재고 등등 한눈에 봐도 엉망이었지요. 사장님께서 월 수입이 얼마인지마저 정확히 모르고 계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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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게의 문제를 수치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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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적인 느낌이 엉망이라고 해서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요. 당장 수치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주변상권분석, 500미터 이내의 경쟁업체 분석, 시간대별 고객유형, 재무구조 등 문제를 정의 내리기 위한 작업을 거쳐나갔습니다. 학생들이다 보니, 자료정리만 해도 꽤 애를 먹었지요. 모르긴 몰라도 오차가 쁠마 20%정도는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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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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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가 나오니 어느 부분을 올리고, 어느 부분을 내려야 할 지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해보니, 분식집의 문제점은 다섯가지로 묶였지요. 문제점을 추렸으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여기서부터가 실전이고 전쟁이었습니다. 분식집의 매출을 올려주는 실질적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니까요. 저희 조는 실행목표를 4가지로 설정했습니다.

Ⅰ. 월매출 10만원 증대
Ⅱ. 인테리어 개선
Ⅲ. 홍보활동
Ⅳ. 장부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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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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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월 매출 10만원 증대

  • 메뉴수를 대폭 줄여 재고처리에 드는 비용을 감소시키기.
  • 잠재 고객층(공사장 인부)을 겨냥한 신메뉴 추가하기.

이건 비교적 쉬웠어요. 한달 판매량만 조사해서 잘 안팔리는 메뉴는 빼면 되니까요. 공사장 인부 분들이 항상 메뉴에 없던 비빔밥을 요구하셨다는 사장님 피셜로 비빔밥만 추가했습니다ㅋㅋ 메뉴판도 새로 바꿔드렸는데ㅋㅋㅋㅋ부끄럽네요... 미술학원 다녀본 적 없는 경영학과생들의 최선이었어요.. 예산이 모자랐구... 쭈굴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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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후 외부.jpg

Ⅱ. 인테리어 개선

  • 메뉴판 제작
  • 벽면 페인트 칠
  • 시트지 교체
  • 벽화 그리기
  • 커튼 설치
  • 외부 LED 전등 설치
  • 간판 조명 수리
  • 등등등등등등등

종로, 을지로, 홍대 화방, 대형마트, 동네 철물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지요. 제한된 15만원 예산 내로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다들 21학점씩 들으면서 1주일에 3~4번씩 가게나 시장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이 가게를 꼭!! 일으키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요. 무엇이 우릴 그렇게 패기 있게 만들었나 생각해 보니, 찾아 갈 때마다 밥을 챙겨주시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던 사장님 인것 같습니다. 아따맘마 처럼 푸짐하고 인심좋은 분이셨어요.
사장님은 외부에 반짝거리는 LED전등을 달고 싶어 하셨어요. 가게가 어두워서 사람들이 잘 못찾아 오는 것 같다고 속상해 하시면서요. 발품팔아서, 드디어 을지로 조명시장의 어느 가게에서 후원을 받아냈습니다. LED조명을 달아드린 그날,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사장님의 모습은 저희가 아직도 잊지를 못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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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jpg

Ⅲ. 홍보활동

  • 전단지 제작 및 배포
  • 온라인 마케팅

전단지 종이 싸게 얻으려고 종로랑 동대문 일대를 다 뒤졌던 기억도 나네요. 처음 경영컨설팅이 라는 말을 들었을 땐, 책상에 앉아서 숫자놀이, 기획놀이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몸빵이었어요... 세상 모든 전단지는 왜 원색이 많이 들어가고 촌스러운지 이 때 알았습니다. 그래야 눈에 들어 와요!!! 더 예쁜 초안도 많았는데, 뽑아보니 이 만한 디자인이 없었다 이말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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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장부정리

  • 컨설팅 책자 제작

분식집에는 포스가 없었기 때문에, 재고비용이라던지 하루 매출 등을 일일히 손으로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정확한 비용과 매출을 모르고 계셨던 것이죠. 저희가 포스를 못달아 드리니ㅠㅠ 엑셀로 장부정리하는 방법을 아드님께 알려드렸습니다. 단기적 지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두고두고 보시라고 마지막으로 컨설팅 책자를 만들어 드렸지요. 장사에 신념은 왜 필요 한지, 장부정리의 중요성은 무엇인지, 사장님의 강점은 무엇이고 이를 매출향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장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장님께 드리고 싶은말을 꾸역꾸역 모두 집어 넣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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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출이 올라갔어?


인테리어 작업은 가게가 문을 닫고 시작했기 때문에, 택시타고 집에가는 일도 부지기수 였지요. 좀 더 늦게 까지 장사하시는 옆집 호떡 아주머니께서 저희를 기특해 하시며 호떡도 주시곤 했습니다. 매출 오를 상상만 하며 이렇게 고생했는데...아 그른데..!!!
사장님께서 봉사활동이 끝나기 2주전 쯤, 교통사고가 나셔서 몇개월을 병원에 입원하시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맙니다ㅠㅠ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으셨지만, 장사를 바로 시작하진 못하셨지요. 결과적으로는 떡상하는 매출을 볼 수는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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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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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병문안 인터뷰 中

"제일 아쉬운건, 이자리에 이렇게 있는게 제일 억울해.. 나 지금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LED)불키는 순간 심장이!! 아 손님들이 우리들한테 다 오겠구나! 깔깔깔! 했는데 말야 그치잉?
벽화그림보고 옆집 아줌마 전화왔어!!! 야! 여기 너있다!! 너그림 있다!! 하고! 어떻게 그렇게 나랑 똑같이 그렸어? 진짜 고생이 많았어.. 돈벌어서 보답해야하는데..
고맙습니다."

봉사활동이 끝나고 보고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 동영상 마지막에 병실에 계신 사장님의 인터뷰를 넣었어요. 아프신 와중에도 참 밝은 사장님 이셨습니다. 아프신 사장님 때문인지, 몇개월 간 쉼없이 달린 나에 대한 위로인지 우리 조원들은 발표끝에 다들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청승도 그런 청승이 없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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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도 전무후무한 우리의 열성에 감동하시어 무려 표창장까지 수여해주셨습니다. 얄루!
인생은 독고다이 인줄 알았던 저에게 이 봉사활동은 사고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유기체 더라구요.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스며들 때 의 느낌을 아시나요? 저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는 개인의 유익함 만을 좇을 때보다 공동체에 유익한 인간이 될 때 더욱 높아진다고 믿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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