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타임 노 씨

H.png


너무 오랫동안 쉬었더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글이 한달 반 전쯤 이라니…. 글은 안 올렸지만 그래도 난 꽤 자주 시간 내서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단 댓글 수를 보니 그것도 아닌듯하다. 예전 가입인사글을 쓸 때의 아리송한 느낌이 든다 ㅠㅠ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학기 중에 전학 간 학교에서 뻘쭘하게 어리둥절하는 느낌..

그동안의 근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Here, There, and Everywhere 이랄까. 요즘의 나는 초싸이언 모드이기 때문에 맘에 안들면 “나 출장 안 갈거임.” 이라고 통보하고 직장상사(!)를 대신 출장 보내도 회사에서 별 터치를 안 하는데, 이번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어쩔수없이 출장길에 올랐다. 대륙들 몇 개를 넘나들면서 이동하고, 회사 내 책임이 커지다보니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주말엔 짬을 내서 이 나라 저 나라로 옮겨다니면서 지인들과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가끔씩은 한국에 사는 지인들 만나는 것보다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 더 자주 보고, 심지어 한국에 사는 지인들을 외국에 나와서 만나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내 삶의 모습을 자각하면서, “과연 나의 집은 어디인가” 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찰해 보기도 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스팀잇에 접속할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일할 때는 하루 24시간 중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오히려 출장일 때 스팀잇을 여유있게 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 체류기간이 긴 이번과 같은 경우는 스팀잇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 공항에 가는 길이나 비행기 안에서와 같이 스팀잇 글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선뜻 스팀잇에 접속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태기’ 인 것 같았다.

어느덧 6개월 가까이 활동하다보니 좀 지친 느낌이 들었다.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은 내가 편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나중에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보는 눈이 많아지면 지금 내가 편하게 쓰는 글의 내용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글 내용의 flaw 나 모순을 꼬투리 잡아서 나를 공격하는건 아닐까 라는 (터무니없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노출했던 부분들 때문에 내가 누군지 아는건 시간문제일테니 좀더 조심스럽게 글/댓글을 쓰고 행동하자고 마음먹으니, 이 모든 활동이 부담이 되었다.

그와 더불어 눈에 거슬리는 일/사람들이 생겼다. 아무래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다양한 인간 군상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쓰이고 정이 간다. 그런데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는 걸 어쩔수없이 목격하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없이 자신의 주장만이 진리라고 떠들어대거나, 누가 봐도 어뷰징을 한다거나, 스스로의 삶의 이력을 거짓으로 꾸미고 그 거짓된 삶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실제로 내 앞에서는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 하기때문인지,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당당하게 활동하는걸 보게되면 당혹스럽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그런 사람들한테도 예의있는 말투로 소통하거나 모르는 척 무시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동일한 호의와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해도 점점 더 거슬리는 일이 생긴다.

그러던 중 바쁘다는 걸 핑계로 한달반 가량 스팀잇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복잡했던 머리가 좀 정리되었다.

아무래도 난 어느 정도 남의 눈과 시선을 의식했었던 것 같다. 글이 읽혀진다는 걸 예상하고 다듬어지는 내용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런 부분을 떨쳐내려고 한다. 내가 어떠한 이슈에 대해 특정 생각을 갖는다는 점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잘못된 정보로 잘못된 주장을 펼친다면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댓글들이 있을테고, 난 나의 결점을 보완 / 수정하는 기회를 갖는게 좋고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삶을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누군지 알아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긴다고 해도 그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입 초기에는 내 신상과 익명성을 지키고자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앞으로는 예전보다 한꺼풀 벗겨진 모습으로 이곳을 대하고자 한다. 내 생각과 취향을 포장하지 않고 가감없이 드러낼 생각이다. 그 대상이 이슈가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몇 주전에 lalaflor 님이 적으신 글 중간에 “내가 봐도 내가 부러운 일상글” 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날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내가 여기 저기 여행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면서 편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동안 내가 적었던 글에서 일말의 부러움을 느끼셨던 분이 계시다면, 메마르고 척박한 일상 속에서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고른 찰나의 순간이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길 바랄뿐이다.

음…. 뭐라고 끝내야할까.

(셀프) 웰컴백 나 자신 …..?

덧, 여건상 앞으로 한동안은 한국시간으로 낮이나 늦은 오후 시간대에 활동할 거 같다 :)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