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저녁식사를 밖에 나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으면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경치를 즐기고 있는데
문득 보니까 보름달이 떠올라 있더군요.
아내가 귀띔 해 줍니다. 슈퍼문이 뜨는 날이라고.
구름 하나 없고 참 눈부시게 밝았습니다.
선명한 분화구의 질감은 절구질 하는 토끼 모양이라기 보다 그냥 흔한 분화구 처럼 보일 만큼 크더군요.
아 맞다 이럴 땐 소원을 빌어야지 하고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원하는 모든 것을
초자연 현상이 해줘야 할 일로 미루기 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진 지금의 나 자신이
너무 대단해서 흠칫 놀라고 돌아와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희노애락이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게 인생사니까
다음번에 보름달을 볼 때는 간절히 뭘 빌어야만 할 상태가 돼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날도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