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월가를 들어가며 시리즈에 대해 몇 마디

안녕하세요,

셀레스텔(@mylifeinseoul) 님께서 올려주신 에 대한 저의 답변과 [월가를 들어가며] 시리즈에 대한 공지를 올리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1 상황

셀레스텔 님이 글에서 밝히셨듯 며칠 전에 제 신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셨습니다. 의혹의 근거는 (1) 본인의 뉴욕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을 해봤을 때 제 프로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 (2) 제가 월스트리트에 대해 올리는 이야기들의 팩트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3) 인터뷰 내용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기출문제들과 비슷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여러 댓글이 오갔고 서로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의혹의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 의혹은 셀레 님께서 갖고 있는 제 신상정보를 제가 수정해 드리면서 해결이 됐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제 경력을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저는 5-6년 전에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Bulge Bracket이라 불리는 뉴욕의 메이저 은행은 아니지만, 비슷한 레벨의 부티크 은행에서 몇 년을 근무했습니다. 부티크 은행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 아주 작은 회사부터 여러 지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 회사까지 있는데 제가 근무한 회사는 그중에서 큰 편에 속했습니다.

셀레 님과 예전부터 스팀잇에서 소통을 자주 해왔는데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제 신상이 잘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경력을 10년 가까이로 알고 계셨고 또 제가 메이저 은행에서 근무를 한 것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와중 제 익명성을 나름 지키려다 제대로 해명을 하지 않고 배경을 두리뭉실하게 넘겼던 것 같네요.

두 번째 의혹도 셀레 님께서 근무하셨던 환경과 제가 근무했던 환경이 조금 다름을 인지하며 차이점을 인정하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내용들. 사실 제가 워낙 예전에 있던 일을 소환해서 적다 보니 디테일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당시 제가 공부했던 기출문제집을 펼쳐 인터뷰에 나왔던 것과 최대한 비슷한 질문들을 고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 날카로운 독자님들께서는 눈치를 채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가 투명하게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부분인데 그렇지 못한 점을 이 공간을 빌어 사과드리겠습니다.




#2 셀레 님께

원글을 읽으시면 잘 알겠지만 셀레 님께서는 억측으로 마녀사냥을 진행하신 게 아닌 철저한 정보와 팩트를 바탕으로 제게 의혹을 제기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가짜 신상이 판을 치는 스팀잇 세계에서 커뮤니티를 위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다 보니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적으로 격해진 부분이 있었고, 혹시 대화 중 말실수나 비수를 꽂는 말을 했다면 (아마 있을 겁니다) 그 부분은 셀레 님께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스팀잇 초창기부터 소통을 하고 친분을 맺어온 셀레 님께서 제게 의혹을 제기해 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잘 모르는 사람이 제 신상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면 저도 감정에 실려 이성을 잃고 공개적으로 글을 올렸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랬다면 커뮤니티에 더 큰 혼란을 야기했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평소에 좋아하고 존경하던 분께서 질문을 해주셨기에 나름 조용하게 댓글로만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게다가 셀레 님은 저에 대한 의혹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아직 100%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넓은 마음으로 사과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적어주신 글 정말 잘 읽었고 진솔한 말씀들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저 또한 정보 제공에 있어서 투명하지 않은 점이 있었고 또 의혹을 제기할만한 부분들이 있었던 만큼 셀레 님께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제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3 월가 이야기에 대해

셀레님께서 말씀하셨듯 저도 은행에서 일을 하던 시절 어디 나가서 제 직업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일단 상대방이 저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이 싫었고 또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청탁을 받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제가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오늘날 제가 있기까지 온라인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유펜 와튼과 뉴욕대를 다니는 유학생 선배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자주 읽었습니다. 한 분은 미국 컨설팅회사에 취업을 한 과정과 인턴 이야기들을 올려주셨고 다른 분은 뉴욕 투자은행에서 취업을 하는 내용을 이야기로 풀어주셨습니다. 읽으며 너무 재미있었고 또 제가 사는 것과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 세계에 대한 동경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러 저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되면 그 선배분들의 글이 저에게 영감이 되었듯 저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 글을 읽어주시며 "출판해도 되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잠깐 고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출판을 하려면 내용에 대한 팩트가 완벽히 체크돼야 하고 또 제 신상을 공개해야 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금방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보다 저는 그냥 마음 편하게, 내 일기를 쓰듯 있었던 이야기를 적어가며 많은 분들께 도움과 재미를 드리고 싶었고 또 거기에 추가로 보상까지 받게 되면 안성맞춤이겠다 싶어 스팀잇에서 글을 적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그냥 하나의 '성장물'로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가볍게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셀레 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제 이야기들을 커리어나 취업 시 지표로 삼는 분들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게다가 스팀잇의 글들은 구글에서 검색도 잘 되니 꼭 스티미언이 아니더라도 쉽게 전파가 될 수도 있죠.

사실 셀레 님께서도 언급을 하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특수 케이스입니다. 제가 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건 제가 취업을 한 방식이 결코 normal하지 않고 또 운이 많이 작용했다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저는 첫 투자은행 인터뷰에서 오퍼를 받은 뒤 컨설팅 인터뷰를 몽땅 취소했는데, 사실 풀타임 리크루팅 때 컨설팅에 다시 도전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상식적으로 인터뷰를 연습 삼아서라도 하는 것이 이성적인 선택입니다. 또 뉴욕과 홍콩 오피스를 놓고 고민을 할 때 저는 과감히 홍콩 오피스들을 포기했는데, 사실 이성적인 선택은 홍콩 오피스 인터뷰를 연습 삼아서라도 먼저 보고 그다음에 뉴욕 오피스에 도전을 하는 것이 옳은 선택입니다.

사실 뉴욕에서 일을 하면서 스팀잇에 이런 내용을 적는 것이나 아니면 투자은행과 사모펀드를 때려치우고 지금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제 삶이 '정도'의 길이 아니라는 반증이겠죠... 그렇게 저는 굉장히 upside down 한 삶을 살고 있기에 이것이 모범답안처럼 제시될 경우 다른 분의 삶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월가 시리즈와 관련된 세 가지 다짐을 합니다:

  • 생각나지 않는 인터뷰는 가이드를 보며 재구성하기보다는 디테일을 생략하고 넘기겠습니다. 소설을 써서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것보다는 그냥 있는 팩트를 말하는 것이 재미는 떨어져도 더 정확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 제가 내린 결정 중 상식에 어긋나거나 아니면 합리적이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주석을 달아 따로 부연설명을 하겠습니다.

  • 또 이러한 것들을 disclaimer에 포함시켜 앞으로 연재를 할때 앞부분에 포함을 하겠습니다.

저는 제 글들이 누군가에게 정보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렇게 보니 정말 어깨가 더 무거워집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유의하며 연재를 하려 합니다.




#4 조만간 셀레 님과의 접선

셀레 님과 대화를 하다가 조만간 뉴욕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것 서로 접선을 하여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부터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저는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알게 되어 관계를 시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 정보를 타 스티미언에게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싶은 분들이 몇 있었지만 그 마음을 참아왔죠. 셀레 님도 그런 분들 중 하나였는데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제가 오픈을 하게 되면 셀레 님께 제일 먼저 하겠다"라고 약속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리던 계기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든 이번에 뉴욕을 방문하시면 뵙기로 한만큼 지난 며칠간의 공방은 잊고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은 것이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또 대화를 통해 남은 오해가 있다면 해결이 되고, 비록 블록체인으로 시작한 인연이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진솔하게 교류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제 정보를 오픈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제 믿음대로 발을 앞으로 딛기로 결정했습니다. What will happen will happen. 스티미언을 실제로 뵙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두려움도 기대감도 있네요.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셀레 님에 대해 알게 되는 개인정보들은 이곳에 절대 올리거나 reference를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셀레 님도 제 정보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취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 역시 글재주가 없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빙빙 돌려하는 모양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셀레 님께도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인사는 만나서 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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