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탈중앙화] 2. 가격비교에서 오픈마켓까지 , 지금 싸게 사고 있나요? (19.04.27)

먼저 포스팅에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우리는 뻔히 아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걸 실천하지 못 하는가 하는 점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티비를 끼고 살아서 , 그래서 거기 나오는 각종 광고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분별 하게 쇼핑을 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러한 소비가 가장 합리적이며 최선의 가성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죠.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유통의 중앙화를 상징하는 것은 '가격 비교'와 '오픈 마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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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가격 비교 사이트 D , 이젠 한국인들의 쇼핑에선 필수품이 된 사이트입니다.]



'축하합니다. 오늘도 싸게 사셨네요.'

현대인들의 쇼핑 문화는 온라인 쇼핑에 기반합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최저가를 검색하고 오픈 마켓을 통해 수 많은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가격 중에 가장 '바람직한' 것을 고르죠.

과연 , 이들 가격 비교 사이트와 오픈 마켓은 우리의 합리적인 소비를 도와 주기 위해 존재하며 그 선의에 대한 댓가를 받아 가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판매자들 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전처럼 정보가 한정적이고 비대칭적일 때는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발품을 팔고 흥정을 하면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해야 했습니다.
이제 손가락만 까딱하면 원하는 상품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자본주의 약탈의 최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가격 비교 사이트와 오픈 마켓이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한다고 믿습니다.
그게 사실일까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구매하는 상품의 원가를 아시나요?
판매자들이 얼마의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고 얼마의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지 가격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나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원가 1,000 원의 상품이 있습니다.
A 판매자는 이 상품을 최저가 1,100 원에 판매합니다.
B 판매자는 1,500 원에 판매하고요.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 사이트와 오픈 마켓이 제공하는 최저가 정렬 기능 덕분에 1,100 원에 판매하는 A 판매자의 물건을 살 겁니다.
400 원 이득이군요.

이제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죠.
판매자가 원가 1,000 원 상품을 판매해서 최소 남겨야 하는 마진은 개당 200 원입니다.
그럼 A 판매자는 무려 100 원을 손해보고 파는군요.

왜 이런 짓을 할까요?
그가 선의의 자선사업가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 물건을 약간의 손해만 보고 파는 산타클로스일까요?

그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물건을 손해보고 팔아도 돈이 벌리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여러 가지 입니다만 불법적인 탈세까지 여기서 말할 순 없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공공연한 비밀은 리베이트죠.
생산자는 자신의 생산물을 많이 구매하는 판매자에게 인센티브를 줍니다.
매입 가격을 낮춰주기도 하고 리베이트 형식으로 구매 대금의 일부를 돌려주죠.

천하의 애플도 퀄컴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습니다.

"애플, 퀄컴서 받은 리베이트 돌려줄 의무 없다"

인텔이 대기업 및 조립 컴퓨터 시장을 잡고 있는 것도 리베이트 때문이라는 설이 대부분이고요.

여기에 판매량에 따라 배송비도 차별 받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판매에서 생기는 손해를 보전받는 거죠.
누구나 다 알지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량 매입 - 판매가 가능해야 합니다.

온라인 마켓을 좀 해보신 분들이라면 소위 상위권에 노출되는 셀러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그런 사정까지 알아야 하나요?'

네 , 알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약탈은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를 무너뜨리고 부를 한 곳에 집중시키니까요.

과거의 전통적인 유통 구조를 봅시다.

사람들은 일정한 범위 이상의 구매력은 가지지 못 했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갈 수 있는 범위에서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범위로 , 물리적인 거리는 확장되었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지역에 기반해서 제한적인 경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등장하고 빠른 배송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예전 같으면 서울에서 물건 값이 싸다고 부산에 가서 쇼핑하고 오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주문만 하면 다음 날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한 경쟁이 판매자간의 가격 경쟁을 통해 보다 저렴한 판매가로 수렴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하지만 위 예시에서 보여 드렸듯이 이러한 가격 경쟁은 필연적으로 원가에 근접하거나 원가 이하의 판매가를 만듭니다.
그럼 당연히 판매량이 적어서는 사업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시장에서 여러 명의 판매자가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나눠 먹었다면 이젠 승자 독식의 구조가 만들어 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0 명의 판매자가 있습니다.
1 명의 판매자는 4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요.

10 개의 사업체가 비슷하게 수입을 내면 총 50 명의 사람에게 소득이 발생합니다.

이제 온라인 쇼핑을 통해 최종 우승자 1 명의 사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겠습니다.
승자는 나머지 9 명의 물량을 다 떠 안게 됩니다.
한 업체가 하루 100 개를 팔았다면 혼자 독식하면 1,000 개를 팔게 되죠.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되면 부가 분배 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막대한 이윤을 남긴 판매자가 과연 직원들에게 얼마나 그 부를 분배해 줄까요?
물론 일이 10 배로 늘어나니 더 많이 월급을 주겠지만 어차피 나머지 업체들이 다 망했으니 딱 불만이 없을 정도만 더 주면 됩니다.

반면 나머지 9 개 업체의 판매자와 직원들은 직업을 잃고 실업자가 됩니다.

네 , 바로 경제가 불경기에 빠지고 부가 순환되지 않으면서 빨간 불이 켜지게 되는 겁니다.

45 명의 소득이 발생시키던 다른 분야에서의 소비가 0으로 돌아섭니다.
50 명의 사람이 하루에 치킨 한 마리 시켜 먹던 시절에서 이젠 1 명만 소고기를 먹고 4 명은 치킨 두 마리를 먹으며 나머지 45 명은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판이 된 겁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렇게 부가 편중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승자의 화려한 생활를 보여주며 당신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으니 이 게임에 참여하라고 부추기죠.
왜냐하면 들러리가 있어야 우승자가 돋보이는 법이니까요.

소비자에겐 싸게 사는 당신이 승자요 , 이것이 스마트 쇼핑이라고 광고합니다.

이러한 '손해보고 장사해서' 오늘 날 우리 시대의 정점에 선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갓마존' , 아마존입니다.

그렇게 온 세상의 모든 물건을 다 파는 우리네 오픈마켓이나 아마존은 왜 물건 팔아서 손해보는 장사를 할까요?

그게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야 소수의 자본가만이 부를 독점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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