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6> 웹톡 을 읽고.

<조선왕조실톡>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기 웹툰이다. 제목만 보고 처음엔 가벼운 코믹 웹툰인 줄 알았다. 나는 웹툰을 종종 보긴 하지만 그렇다고 웹툰 자체를 즐길만큼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웹툰이 분명 뜨고 있는 장르이긴 하지만, 웹툰보다는 종이책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종이책 중에서도 소설,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러한 개인적 취향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작품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서점을 구경하다가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보니 역사적 고증도 잘 되어 있고 자연스레 국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훌륭한 웹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인지 몰라서 6권만 구입했는데 조만간 전권을 다 구입할 생각이다. 이 책의 저자인 무적핑크의 소개에 의하면 <조선왕조실톡>은 가족이 중심 테마이다. 6권의 주인공인 영조-사도세자-정조는 사촌지간도, 삼촌지간도 아닌 정말 피를 짙게 나눈 부자지간이다. 그만큼 인간적이고 또한 우여곡절이 많은 패밀리라고 설명한다. 또한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조선왕조실톡>은 옴니버스 웹툰이지만, 이 책에서는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원고를 시대순으로 재정리했다고 한다. 1부에서는 영조와 사도세자, 2부에서는 정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카톡 메시지를 읽는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소제목들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보통 역사책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데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러한 역사책에 대한 관행을 답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1부 영조와 사도세자의 세부 제목들은 ‘비극의 간장게장, 사약 먹은 경종, 영조의 눈물 셀카, 홍삼 맛없졍, 술이 들어간다, 금이야 옥이야 사도야, 알뜰살뜰 영조, 가마솥에 삶아 죽여라!, 사도세자의 업적, 사도세자의 누나, 영조의 선글라스, 벌거벗은 세자님, 영조의 젖소 사랑’ 등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톡>이 패러디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이란 무엇일까. 이는 이 책의 4쪽부터 5쪽 사이에 사학 전공자 이한의 해설로 잘 나와 있다. <조선왕조실톡>을 시작하며 덧붙이는 이한의 설명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다.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며 분량부터 압도적이다.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임금이 다스린 472년동안의 기록이다. 고종과 순종을 합치면 더 길어지지만, 이 둘의 <실록>은 정리된 때가 일제강점기라는 이유로 <실록>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수로 따지자면 1,893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져도 이렇게 길고 흥미진진한 역사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이한의 설명이다. 나는 <조선왕조실록>이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역사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인지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고, 앞으로 더욱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계속해서 이한의 설명을 보도록 하겠다. 대부분의 역사책들이 역사적 사건의 요약본이라면, <조선왕조실록>은 실황 중계이자 녹취록이다. 왕, 신하, 사건이 있으며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몹시 생생하게 적고 있다. 이런 <실록>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선 사람들은 엄청난 공을 들였다. 먼저 사초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관은 언제 어디서나 보통 두 사람이었는데, 한 사람의 기억력은 불완전하기도 하며 개인의 사관이나 정치적 의견 때문에 기록을 곡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리한 사초들을 임금도 못 보게 비밀리에 보관해 두었다가 왕이 죽고 나면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실록청이 만들어지고, 정승이 총재를 맡으며 대제학을 비롯한 당대의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편수관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왕조실톡>에는 ‘실록 돋보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숨은 이야기까지 가미되어 있다.

첫 번째 실록 돋보기는 ‘세상 진미 노루 꼬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28쪽부터 29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28쪽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가장 진미로 여겨진 부위는 노루 꼬리였다고 한다. 작아서 먹을 게 있나 싶지만, 당시에는 높이 사는 요리 재료였고 다듬는 방법도 특이했다고 한다. <산림경제>에 따르면 먼저 노루를 잡은 뒤 칼로 꼬리 뿌리의 털을 깎아 내고 뼈를 발라낸 뒤 약간의 동전과 소금을 채워 넣고 막대기에 꿰어 바람에 말린다. 노루든 사슴이든 그리 큰 동물도 아니고 그중에서도 꼬리는 더욱 작으며 그걸 또 말리면 훨씬 더 작아질 것 같은데, 그걸로 어떤 요리를 했던 것인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고 저자는 쓴다. 아무튼 조선에서는 굉장한 진미로 알려져 있었고, 노루의 혀도 진귀한 음식에 들어갔지만, 그래도 노루 꼬리의 이성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고 한다. 노루 꼬리는 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라갔고, 나라의 쓸모를 위한 공물 중에도 노루 꼬리가 포함되었다고 하니 노루 꼬리에 대한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세자가 아니었지만 왕이 된 임금’이다. 38쪽에 의하면 영조는 숙종의 서자로 태어났고, 세자는 희빈 장씨의 아들인 경종이었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경종의 후손이 왕위를 이어야 했지만 경종에게서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던 탓에 노론의 지지를 등에 없고 세제로 책봉이 되었다. 그래서 왕으로서의 교육도 꽤 늦엊인 편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이전보다 나은 조선을 만들어 냈다. 저자는 괜히 조선 후기의 중흥기로 영정조 시대를 꼽는 것이 아니라고 이 책에서 쓰고 있다. 또한 흔히 영조는 어머니 숙빈의 천한 신분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꽤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그래봤자 아버지가 왕이었고 왕손이란 것만으로도 남과 차원이 다르게 고귀한 신분이었기에 영조가 그 정도로 고민했을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저자의 생각이기 때문에 좀 더 역사적인 자료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럼에도 영조가 서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가 총애했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양반 집안이 아닌 궁녀 출신이었고, 서얼들에게 벼슬길을 열어 주기도 했으며, 여자 종들에게 매겨지던 세금을 철폐하기도 했다.
역사를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배우고 싶다면, 혹은 역사에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조선왕조실톡 6>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반드시 어려운 책을 읽어야만 교양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역사를 더 잘 이해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이 <조선왕조실톡> 시리즈로 국사를 공부해서 한국사 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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