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야기 - 출산율 3.16명인 나라, 우리와 무엇이 차이일까?

아내와 전화통화중에 이스라엘 사람들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포스팅 주제가 되는 듯 하여 아내에게 글 작성을 부탁하였고, 제가 대신 글을 올립니다.


이스라엘은 OECD 국가중 가장 출산률이 높은 국가로 2016년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출산률은 3.16명입니다. 세계 평균 출산율은 2.5명이며,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1.3명입니다.

놀라운 점은 2015년 처음으로 유대인 출산율(3.16명)이 아랍 출산율(3.11명)을 넘었다는 것 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 4차례의 중동 전쟁, 두 번의 가자 전쟁(Gaza war)을 거쳐 영토를 확장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 중 하나는 아랍인들이 아이를 많이 출산하여 수적으로 우세해져 이스라엘을 잠식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높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25-54세의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OECD 평균에 비해 7% 높다
(출처: Taub Center)
 

이렇게 된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는데, 첫째는 성서학적(biblical) 관점이고, 둘째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 그리고 셋째가 출산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입니다.

성서학적 관점에서 자손을 번성시켜야 한다는 믿음(창세기 구약 관련)이 있고, 홀로코스트를 거치며 유대인 인구가 전체의 1/2인 6백만명으로 줄어들었던 아픈 기억에 대한 반작용이 또 하나의 배경입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70년 이상 지속 되어 오는 가운데, 불분명한 국경으로부터 발생한 긴장과 갈등의 부산물, 즉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유대인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하레디(초정통 유대교)가 평균 6명 이상의 자녀를 낳고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높은 출산율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이스라엘 내의 세속적인(비종교적인) 여성들도 평균 3명의 자녀들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학력에 직장을 가진 엄마들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스라엘 사람들은 더 많은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걸까요? 완벽한 이유가 될 순 없지만 제가 찾은 답 중 하나는 출산에 대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가 우리와 다르다는 점이 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다수의 20-30대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아이를 갖는 것이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부담감, 아이를 낳게되면 많은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 생긴다는 점,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한 걱정이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만듭니다.

반면, 이스라엘 여성들은 아이를 갖는 것은 기쁨이며, 축복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한국에서 5년 이상 거주했던 유대인 친구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피하고 싶은 일, 금전적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이야기 했을때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아주 어렸을 적 부터 아이를 갖는 것을 기쁜 일이자, 행복한 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교육 제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스라엘 여성들은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남성과 구분되는 오로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여깁니다. 물론 모든 이스라엘 여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출산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걱정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와 다른 시각이 좀 놀라웠습니다.

또 한가지는 여성의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남성 상사들과 조직의 문화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직업과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오후 2-3시에 퇴근하고 필요하면 아이를 직장에 데려오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 문화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재택 근무하는 한 여성이 집에서 아이 때문에 직장에 이메일 답변이 늦었다고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라는 점 입니다.

1995년에서 2011년 사이에 자녀가 있는 30-40세의 여성 고용이 17% 상승
(출처 : Taub Center)

 

우리도 제도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여성들을 배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육아 휴직 후 복귀 시에는 일이 매우 고된 부서로 배치받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 출산을 커리어의 무덤으로 생각하는 문화는 한국 여성들로 하여금 (조금 과장하면) 이른바 출산, 육아를 시작하기 전부터 '출산 트라우마' , '육아 트라우마'를 갖게 하는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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