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두 얼굴 <타인의 고통>
우리는 살면서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둔감할까? 주변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돕는 것을 꺼린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경험할 수 있다. 학교에 왕따가 있으면 발 벗고 나서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자신도 당하기 싫어서,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등, 왕따를 당하는 친구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자신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심리적인 문제를 말하는 것 같아서 골랐지만 이 책은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쓴 책이고, 저자는 전쟁, 카메라,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었다.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 결과는 항상 참혹하고, 승자와 패자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다. 전쟁들은 기록된다.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에는 그림으로 기록됐고 그 후에는 사진으로 기록됐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전쟁그림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야 하지만 보기에 메스꺼움을 유발해서는 안된다.” 고 말한다. 사람마다 그리는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전쟁이 그림으로 표현될 당시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전쟁이 얼마나 잔혹한지 잘 알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기록 될 때부터 전쟁을 직접 치루지 않는 사람들도 전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카메라와 총,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은 너무도 닮았고,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 이다.“ 라고 말한다. 사진이 있어야만 모든 일들이 실제가 된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서 누가 얼마나 죽더라도 사람들이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사진이든 신문에 보도될 때 어떤 제목으로 보도 되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양쪽 진영에서 같은 사진으로 보도 하더라도 양쪽 사람들은 자신의 진영에서 보도한 내용을 사진의 주인공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보도된 내용만을 사실로 여긴다. 그 사진이 찍히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사진은 사실만을 나타내지만 그 장면은 사실은 조작되어있을 수 도 있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찍히고 보도 되느냐에 따라, 사진 속 등장인물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사진 속 장면들은 너무나도 다르게 해석된다.
책에 첨부된 사진을 한 장 소개한다. 사진의 제목은 ‘죽어가는 이슬람 여인을 발로 차는 세르비아 민병대원’ 이다. 우리는 사진을 보고 다른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진에 제목을 붙임으로써 생각할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사진속의 총을 든 사람은 악이 되고, 누워있는 사람은 저항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은 사실이 되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사실 우리는 사진을 보고 사진 속에 사람이 군인인지 민병대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죽어 가는지 죽었는지 이슬람인지 아닌지 전혀 알지 못한다. 사진에 제목이 어떻게 붙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사실이 완전히 바뀐다.
전쟁은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시리아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시리아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기사를 봤다. 공격을 당한 아이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병원에서 울고 있었다. 얼마 후 또 다른 기사를 봤다. 공격을 당한 아이는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그냥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물을 끼얹고 산소마스크를 썼다고, 아이는 멀쩡하게 부모로 추정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사진 속에 평화롭게 있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만을 보여주는 사진은 사실은 만들어져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어떤 제목이 붙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은 참혹하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다고, 고통은 어떤 형태든 간에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를 한다. 하지만 책을 편하게 읽지 못했다. 왜냐하면 참혹한 사진들과 글의 내용에 있는 괄호, 각주, 주석이 정말 많았다. 굳이 괄호를 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괄호가 있었다. 또 책의 1/3이 부록이었다. 이러한 점이 책에 몰입 하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책을 이해하려면 다 필요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지만 조금 더 잘 쓰였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