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리틀 포레스트 - 영화속 주인공에서 이상형을 발견했다.

#52 리틀 포레스트 - 영화속 주인공에서 이상형을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injoy 입니다.
2월 28일 오후 10시 퇴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밤 11시경 갑자기 카톡이 울렸습니다.
대학시절 같은 방을 쓰고 지냈던 룸메이트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였습니다.

원래 보성에 살던 친구였기 때문에 장례식장 또한 보성으로 잡혔더군요.
경사보다 조사를 더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섬주섬 준비해서 내려갔습니다.
알고보니 보성까지 가는 버스편이 많이 없더군요. 하루에 1편 정도이기에 잘못하면 거기서 자고 와야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전주에 있던 친구와 함께 가기로 결정하고 전주에서 친구를 만나 그친구 차를타고 내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출발은 오전 11시쯤 했던 것 같은데 도착하니 벌써 오후 7시 였습니다. 장례식장은 사람들도 북적북적 붐볐습니다. 친구와 인사를 하고 부조를 한 뒤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이미 8시반.

광주로 가서 10시 버스를 타고 움직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도착시간이 1시 쯤이라 도착하면 전철이 끊겨버린 상황

퇴직도 한 김에 그냥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광주 '유스퀘어' 에 커다란 CGV가 있어 심야영화로 시간을 때운 뒤 버스에서 선잠을 자기로 결정하고 최신영화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몇번 본적 없지만 청순하고도 귀여운 외모를 가진 '김태리'라는 배우를 참 좋아합니다.
줄거리도 나쁘지 않고 네티즌 평점 또한 나쁘지 않아 '리틀 포레스트' 라는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고 표를 끊었습니다. 심야영화라 그런지 300석 가까이의 IMAX 관인데도 불구하고 저포함 4명밖에 영화를 보지 않네요.

이 영화는 줄거리의 스포일러가 의미가 없을만큼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영화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점과 해석하는 점이 다르기에 걱정없이 읽고 영화를 보셔도 무방할 것 같아요.


1. 배가 고파서 내려왔어

극 중 혜원(김태리)은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몇차례 낙방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같이 준비하던 남자친구는 붙고 자신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소꿉친구인 은숙(진기주)은 그런 혜원의 마음을 아프게 후벼파며 질문한다. 정곡을 콕콕 찌르면서.

스스로 '왜 내려왔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내려왔어.

2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며 자취생활을 했었다. 학생때 요리를 해먹던 습관이 있었지만 집중해야할 일이 생기니 한끼한끼 요리를 해먹기가 점점 힘들어졌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독립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분들은 저 말의 의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인스턴트 식품으로 점철된 식사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끼니를 거르기가 일수이다. 극 중 혜원은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이것저것 요리를 뚝딱뚝딱 해내는 인물로 나온다. 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잘 만든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일까.

요리를 할 능력이 있는데도 서울에서의 생활이 '배가 고프다' 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2.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싶지 않아.

또다른 소꿉친구로 나오는 재하(류준열)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내려와 농사를 짓는다. 과수원도 스스로 운영하는 친구이다. 회사든 어느곳이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의지'를 통해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회사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작은 파도들은 모두 집어삼켜지는 경우 또한 있을 것이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결정권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따라 자신의 방향 또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인사발령이 나면 하고싶지 않아도 그 일을 해야하고 관심있는 분야의 실무에 투입되고 싶어도 맡은 프로젝트 등의 업무가 과도하면 해볼 수 없게된다. 극중에서 재하는 이런 대사를 읊는다.

적어도 농사일은 마음이 편하다. 사기 잔머리 그런거 없잖아. 내가 노력한만큼 정직하게 되돌아온다.

거센 비바람이 지나간 후 과수원의 사과들이 많이 낙과한 뒤에 읊는 대사이다. 초보농사꾼이 배워나가는 과정이라며 멋쩍게 저런 대사를 읊는다. 어쩌면 나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퇴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 관심있는 분야 혹은 내가 지향하는 수의사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곳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3. 삶의 방향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는 청춘들

영화속 세명의 주인공 친구들을 각자의 삶의 방향을 놓고있다. 물론 모두가 정답을 알고있진 않다. 가장 자신이 원하는 해답에 근접한 사람은 재하 정도일까. 혜원은 사계절을 고향에서 보내며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혜원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1년을 보내며 생활했지만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삶을 사는 목적은 다들 다르다. 누군가는 돈을 많이 벌어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명예 혹은 권력을 쫓으며 살아갈 수도 있다. 또다른 누구가는 내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안분지족의 삶을 누릴 수도 있다. 사실 우린 고등학교 수학시간 혹은 물리시간에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속력과 속도. 속력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방향을 가진 벡터가 아닌 이상 숫자일 뿐이다. 방향을 알지 못하는 빠른 속력이 의미가 있을까?

삶에서 1년 혹은 2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한해 한해가 쌓인다면 조바심이 느껴지겠지만 방향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면 시작했다가 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 더 길어져 버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혜원이라는 캐릭터는 참 마음에 든다. 씩씩하게 방향을 찾기위해서 노력하고 땀흘리는 사계절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반해버렸다.


4. 아주심기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양파'를 재배하기 위해선 아주심기라는 것을 해야한다고 한다. 싹이 자랄때까지 잠깐 다른곳에서 기다리며 짚을 덮어주었다가 싹이 발아하고 일정 시기가 되면 완전히 뿌리내릴 곳을 찾아 옮겨싦는 개념으로 이해했다.

극 중 나오는 장면이며 참 비유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원의 아주심기가 고향에서의 생활일지 아니면 재하가 말한것처럼 고향에 뿌리내리기 위한 잠깐의 서울생활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여기서 느낀 점이라면 누구나 '아주심기'라는 개념을 적용시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위의 방향 이야기와도 유사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큰 성공을 거두기 전에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발휘해서 새로운 분야의 대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잡스는 혁신의 아이폰과 애플의 CEO 그리고 픽사의 소유주이자 CEO로도 유명하다. 그가 과연 경영학과를 나오고 MBA를 수료하여 대단한 기업가가 된 것일까. 대학에서 중퇴한 그의 일화는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때 당시의 전공은 철학이었다. 1학기를 마치고 중퇴한 이후 그가 주로 들었던 수업은 '캘리그라피' 혹은 '디자인' 등의 수업들이었다.

아이폰의 디자인과 혁신이라는 가치들은 당시의 철학 수업과 디자인 수업들의 조합에서 탄생한 것이 아닐까

가치없는 시간과 경험은 없다.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든 받아들이는 방법만 좋다면 당신은 지금 '아주심기'의 과정중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튼실한 양파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를 새벽에 보아서인지 몰라도 진지하고 생각할만한 거리를 많이 쓰게 되었네요.
김태리라는 배우에 끌려 보게 되었지만 보고 나서 많은 여운이 남은 영화였습니다. 퇴직하게 된 제 시점과 맞물려 저에게 많은 위로를 준 영화이기도 하네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점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평점을 매긴다면 전 꼭 10점을 주고싶은 영화입니다.

오늘부로 김태리에게 입덕할것 같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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