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황과 진정한 존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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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전적인 철학이 말하는, ‘세상 만물은 변한다’는 사상을 신봉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투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에 작년 11월 코인이 이상급등을 했을 때, 나는 이 급등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라고, 분명히 이 왜곡된 상승에 대한 반작용을 크게 얻어맞게 될 것이며, 자칫하면 당시에 12,000 달러를 돌파하던 시점의 비트코인이 3,000까지 주저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당시는 동조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반반 정도였는데, 이내 그 끝없는 상승이 멈추지 않자 그런 내 주장은 씨도 안 먹히게 되었다. 당연히 나 역시도 자세를 고쳐먹었고, 이후 1월까지는 긍정론자로 돌아서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시의 나의 태도 변화는 스팀잇에도 고스란히 박제가 되어 있다. 12월 초만 해도 조심하자고 하다가 중반 이후에는 무한 긍정론자가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1월 중순이 다시 태도를 바꾸기에 가장 적합한 때였다. 그 때 태도를 고쳐먹었다면 이어지는 하락장에도 재미를 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긍정론자로서 무한한 상승을 외친 나는 스스로를 배신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긍정론자로 남아 그간의 이익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간 나도 배운 게 있는데, 존버는 존버할 때 존버라는 거다. 처음에는 존버를 외치다가 결국 손해를 보고 손절을 한다며 포기하는 순간 그건 존버도 아니고 결국 패배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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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적었듯, 세상은 항상 변한다. 문제는 그 변화의 때를 인간은 알아낼 수 없다는 거다. 그 어떤 기술적 지표들이 변화한다 해도, 또 다른 지표는 반대를 가리킨다. 결국 기술이든 촉이든 따지고 보면 운인 셈인데, 그 운이라는 것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지라, 운 좋은 사람은 그 때를 잘 타서 한 때 벌수도 있겠으나, 그 운을 자신의 능력이라 착각하면, 어느 한 순간 그 때를 반대로 타기 시작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몰락해서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도박 같은 투자로 큰 돈 번 사람들의 말로가 비슷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과거에 맞던 게 미래에는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하는 인간으로서는 한 가지 자세만을 견지해야 한다. 물론 이런 태도에 대해서 전문적인 트레이더들은 비웃으며 조롱할지도 모르겠으나, 전문적이지 않은 일개인으로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 아니면 도, 한강 아니면 한강뷰라는 식으로 최대한 경우의 수를 좁혀야만 한다.

결국 긍정론과 부정론 둘밖에 남지 않는데, 부정론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뭔가 얻는 사람은 긍정론자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라도 긍정하며 버티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얻기 마련이지, 부정론으로 돌아서서 모든 걸 포기하면 다음의 기회가 왔을 때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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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판다는 것은 누군가 산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익을 본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물론 이건 상대적인 것이라, 그 손해를 본 사람도 나중에는 다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구조를 두고 폰지사기라고 한다면 이 세상 모든 투자는 폰지사기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시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 뿐이다.

나는 투자에 참여하는 주체를 세 종류로 나눈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큰 자본을 가진 큰손, 자본이 많지는 않지만 기술적인 매매로 이득을 보는 전문 매매자들, 그리고 개개인이 가진 자본은 별거 없지만 그 수가 가장 많은 개미들. 이 세 주체들이 모여서 시장이 만들어진다.

그들이 가진 돈의 비중은 처음과 끝이 다르다. 대부분 들어올 때의 돈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은 드물다.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털린다. 대개의 경우 초기 고래는 엄청나게 벌고, 매매자들은 누군가는 벌기도 하고 누군가는 잃기도 하며, 개미는 대부분 잃는다. 이건 주식이건 코인이건 비슷하다. 시세의 싸이클이란 그렇게 가진 돈의 양의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

현재의 분위기는 거의 끝물이다. 초기 고래들은 모두 엄청 번 뒤에 털고 나가는 국면이다. 매매자들이야 벌 사람은 벌었고 털린 사람은 털렸으니 그들은 지표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 개미들은 대부분 털렸다. 개미들이 가진 돈은 초기에 비해 최소 반토막 이상, 대부분은 80-90% 털린 시점이다. 지금은 고래건 개미건 모두 정리하는 시점인데, 고래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존재들이니 결국 개미들이 모두 정리를 해야 이 하락장이 마무리가 된다.

코인은 주식과는 다르다. 주식은 상폐가 되고 회사가 망하고 경영자는 도망가고, 그런 경우 회생불능이 된다. 하지만 코인은 다르다. 코인은 죽지 않는다. 채굴기와 지갑만 있으면 코인은 유지가 된다. 언제든 다시 큰손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2014년 이후에 망한 것처럼 보였던 코인이 2016년에 다시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분위기는 개미들이 모두 털고 나가기만 기다리는 형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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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론과 부정론을 유지하는 데는 조건이 필요하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긍정론자다.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계속 사면 그만이다. 삶에는 지장이 없고 여윳돈은 시간이 지나면 계속 생기며, 그 여윳돈으로 떨어진 코인을 계속 주워 담으면 된다.

문제는 개미들이다. 남의 돈 빌리고, 빚내고,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먹을 거 사고 싶은 거 참아가면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투자를 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여윳돈이 생기지 않는다. 오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기간 중 상승의 시기는 짧고 나머지는 하락의 시간들이다. 그들은 상승의 시기에 들어와서 고점에 물렸다가 기나긴 하락을 버티며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고, 결국 최저점에 다다르면 다시는 이 미친 짓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큰 손해를 보면서 모두 던진다. 지금이 그들 개미들이 던지는 시점이다. 이미 고래들은 다 던졌고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매달려 있던 개미들이 던지는 시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은 휴지가 되지 않았다. 아직도 비트코인은 작년의 2배 수준이다. 다만 이더리움이 폭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나는 이렇게 보고 있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채굴량이 무한이며, 소수에 의해 채굴독점이 이루어지는 비트코인과는 다르게 채산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규모 채굴장도 있으나 대부분은 중소 채굴장들인데, 채산성이 악화되자 그들이 급히 모두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르기를 기다리던 이더리움을 팔기 시작한 것인데, 그렇게 가격이 급락하자 너도나도 패닉셀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이더리움 물량은 채굴장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채굴장들이 채굴기를 끄고 장비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이더리움 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코인은 치킨게임이다. 사실 @sindoja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글 역시 시장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된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마저 “시장은 죽었어! 코인은 쓰레기야! 다시는 이 바닥 거들떠도 안 본다!” 하고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시세의 하락에 관계없이 웃으며 줍는 시기가 온다. 그 이후에야 상승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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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나는 아니지만 점점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비관론자에게는 비극이지만 긍정론자에게는 이런 하락장 역시 기회가 된다.

결국은 여유 싸움이다. 여유 있는 사람은 떨어지든 말든 상관 안 한다. 떨어지면 물타기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빚낸 사람들이 문제다. 이들은 빚에 이자에 큰 손해를 보며 던진다. 고점 직후의 폭락은 초기 투자자들의 이익실현이며, 지금의 폭락은 나중에 물린 개미들이 던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들이 모두 정리되면 거래량도 없이 바닥에서 횡보를 하게 되는데, 그 시점이 지나야 다시 큰손들이 야금야금 주워 모으며 상승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 시세가 얼마든 나는 다행히 애초에 여윳돈으로 채굴을 하고 그 채굴로 생긴 이득으로 코인을 산지라 멘탈에는 별 문제가 없고, 그간 캔 것과 산 코인은 잘 가지고 있다.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다음 상승장을 기다리며 계속 물타기를 할 예정이다.

이 글로 인해 포기하려던 사람이 다시 멘탈 잡고 매달리는 것은 시황을 지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겠으나, 고작 몇 명이 이 글을 더 본다고 시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그 때 날마다 코인 캤으면 그게 하루에 20억원어치 씩이었는데”라고 했던 시점은 당시로부터 3년하고도 6개월이 지난 때였다. 작년에 코인을 보유하고 상승했다가 하락한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아직도 1년이 되지 않았다. 2년, 혹은 3년 후에 다시금 큰 상승이 온다면 지금의 시세 변동은 그야말로 그래프에 잘 보이지도 않는 흔들림이 될 지도 모른다.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미련하게 보이겠지만, 다음 상승이 온다면 그들은 미련하게 붙어 있던 사람들을 존버의 명인이라고 치켜세우게 될 것이다. 그런게 진정한 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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