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밖에 나갔더니 무덥긴 했으나 먼지 하나 없이 화창한 날씨였다.
이런걸 보면 인생이 잔잔하고 평온한 것만 같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가슴 아픈 소식들뿐이다.
5,000만 명이 살고 있는 나라다 보니 하루에도 비참한 사건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그것들만 모아서 뉴스로 내 보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떤 책을 보니 이런 내용이 나왔다.
자연계는 약육강식이 자연적인 일인지라
갓 태어난 새끼들이 다른 종에게 잡아먹히는 건
비극의 축에도 끼지 못할 흔한 일이라고...
때문에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연합하여
드디어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다.
그 사회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등하게 되어
드디어 다른 종에 먹히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되었고
반면 다른 종을 어마어마하게 사육해서 잡아먹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지구상에서 그 어떤 개체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회 자체에서 격차가 생겨나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과 인간이 대립하게 되고,
다른 종에게 잡아 먹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오지에서 일어나거나 혹은 사고 정도로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반면 요즘 세상에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는 대게 치정이나 원한 금전에 의한 문제이지만,
국제적인 전쟁문제로 가게 되면 경제나 종교가 얽혀 있다.
이 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데 그 숫자는
타 종간 잡아먹고 먹히는 숫자를 압도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끔찍한 죽음이 널려 있다.
요 근래 가장 가슴아픈 사건은 구미 부자 사망 사고였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868635
28세 젊은 남성이 병사를 했고,
그 옆에 16개월 된 아이가 아사했다는 뉴스였다.
젊은 나이에 아파서 죽은 아빠...
그 아빠가 죽자 아무것도 못하고 굶어 죽은 아이...
그런데 이 비극적인 사건에는 반전도 숨어 있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835239
이 둘은 친자 사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지 간에
두 사람은 죽었다.
한 사람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 나이에 죽었고
한 사람은 아예 삶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나이가 되기도 전에 죽었다.
사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매일 같이 일어난다.
알바 시켜준다는 아빠 친구 따라갔다가 죽은 여자 아이,
손님 짐 내려주다가 과속에 심취한 놈의 차에 치인 아저씨,
과적한 트럭의 뒤를 따라가다가 떨어진 낙하물 때문에 죽은 운전자,
아무 관계없는 옆집 부부 싸움 때문에 일어난 방화사고로 죽은 일가족,
괜히 길을 걷다가 만취한 70대 장애인
운전자의 돌진으로 사망한 보행자들.
뉴스를 보면 이런 비참한 사건 투성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차마 글로 옮길 수도 없는
끔찍한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일어난다.
그런 걸 억지로 모두 알게 된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최고의 고문 방법은 하루 종일 그런 뉴스만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고.....
비극적인 일들의 끝은 죽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보다.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지 않은 죽음은 없다.
행복하고 즐거워서 죽는 일은 없다.
아파서 죽고, 비참하고 비통해서 죽고, 억울해서 죽고,
그렇게 죽으면 다시 남은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된다.
그런 죽음은 무작위로 일어난다.
어떤 삶의 의미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인간의 상식으로는 그런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냐면, 이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행불행이 번갈아가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삶에 일어나는 일에는 모두
의미가 있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갑작스런 끔찍한 죽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인간 이상의 존재를 끌어들이게 된다.
바로 신이다.
신이 개입하면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게 신의 뜻이었다고....
이 갑작스럽고 끔찍하며 말도 안 되는 허무한 죽음도
모두 신이 계획한 일이라면서...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체 그런 무의미하고 비참한 죽음에
신의 무슨 뜻이 있단 말인가?
정말 그게 신의 뜻이라면,
신이라는 존재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존재가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해도
결국 내 인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최소한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물론 내 인생에서도 남들이 보기에는
비극이라 할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죽음까지는 이어지지 않기에
그저 삶의 한 과정이니 하고 생각할 뿐이다.
글이 너무 우울하지만
결론은 희망적으로 내 볼까 한다.
죽지만 않으면 결국 비극은 아니다.
죽지만 않으면 좋은 날도 다시 온다.
그러면 그 비극적인 사건 사고도 지나가는 시련이 된다.
다시 말해,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죽지만 않으면 나쁜 일이
무작위로 일어났던 확률 분포처럼
어느 날은 좋은 날도
그렇게 무작위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나쁜 일은 거르고 좋은 일을 기다리면서 사는 게
현명한 삶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