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확률과 운명론에 대한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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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너무 더워서 정신이 온전치 않다.

지난 날을 살펴 보니까 매년 여름만 되면
그냥 더워서 두어 달을 퍼질러 보내는 것 같다.
날이 더우니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 되고
그러다 보니 별거 안 해도 시간도 빨리 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글쓰는 일도 게을러 지는 것 같다.

원래는 월드컵 시즌에 쓰려던 글인데
마지막 글 쓴게 며칠 전이다 보니 억지로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제야 써 본다.

우선, 축구 이야기를 해 보자.
축구를 보면서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 때 손만 들지 않았다면"
"그 때 키퍼가 오른쪽으로 막았다면"
"그 때 수비가 발을 반대쪽으로 뻗었다면"

그랬다면 아마 우리팀이 승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모두 의미가 없다.
왜냐면, 그런 일이 일어난 일은 그 전에 일어난 일들의 결과 때문인데,
그 일들이라는 것은 총 22명의 선수 중 누가 누구에게 패스를 하는가에
따라 뒤가 모두 달라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결승전의 어떤 골은 어떤 선수의 반칙으로 일어난 일인데,
그 반칙은 바로 직전의 선수가 그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지만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매 순간 공을 가진 선수는 엄청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패스할 것인지, 드리블 할 것인지...
패스한다면 누구에게 할 것인지, 드리블 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지...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뒤의 양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되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매 경기 최소 수백 번 이상의 패스가 일어나는데,
가령 500번의 패스를 한다면
자기편 10명에게만 패스를 하는 경우만 생각해도
이미 10^500 의 경우의 수가 생겨나게 되어버린다.
하물며 뺏기거나 드리블 하거나 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겨우 90분 사이의 축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무한의 수와도 같게 된다.

그러니 그 많은 사건 중에서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 일어난
그 반칙 하나를 바꾸면 뒤도 모두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과거로 돌아가 그 반칙 하나를 바꾼다고 해도
그 뒤는 다시 예측 불가가 되어
더 큰 패배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흔히 우리는 과거에 대한 가정들을 많이 한다.
가령 가장 흔한 게 부모님의 인생 한탄인데,
"내가 젊어서 그 일만 했더라면 지금쯤 큰 부자가 됐을 건데"
하는 거다.
듣다 보면 "와 정말 그랬다면 나도
갑부 집 자식으로 태어날 수 있었겠네"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랬다면 부모님은 서로 만나지도 못했겠고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겠네~"

우리나라가 북벌에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가 남북전쟁으로 인해 분단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등등....

여러 가지 역사의 가정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결과 중에 확신할 수 있는 하나의 사실이 도출된다.

"어쨌건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나 자신의 인생은
그러한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진 필연이다.
과거의 사소한 사건 하나가 미래를 모두 바꾸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인물만 해도 그렇다.
애초에 그 인물이 태어난 것 자체가
수억 마리의 정자 중에서 하나가 선택된 것이고,
그 인물이 태어난 후에 인격을 형성하는 것 역시
수많은 사건들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히틀러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세계전쟁은 없었을까?
위의 축구로 예를 들자면,
그 반칙이 없었다면 승부가 바뀌었을까?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무한의 경우의 수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경기는 고작 한두 골로 결정이 난다.
비록 그 반칙, 그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강팀이 약팀에 이기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기에
다른 반칙과 다른 기회가 계속 생겼을 것이다.

역사 역시 마찬가지라,
가령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이명박근혜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그런 시절이 없었을까?
오히려 다른 인물이 더 심한 일을 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즉, 세세한 것이야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큰 줄기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정해져 있다면 배역은 누가 되든 상관없다고나 할까.

우리 인생을 바꾸는 몇 가지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주머니 속 송곳은 튀어나온다고,
그 일이 없었다 해도 다른 일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될 놈은 결국 된다고나 할까.

암호 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경제위기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해서 지금의 스팀잇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다른 계기로 그것을 만들고,
또한 네드와 댄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이
결국은 이와 비슷한 것을 만들었을까.

답은 모르겠다.
어차피 가정은 의미가 없고
현재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될놈될이라면
결국 암호화폐와 스팀잇도
그저 역사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놈이 아닌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스팀잇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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