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스팀잇에 영화의 이미지를 포스팅해도 될까? (Copyright of Movie stills in Steemit)

안녕하세요. 변호사 박기태입니다.

지난 번, [저작권법] 스팀잇에 CC라이선스 NC(비영리)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을까? (CCL Copyright in Steemit) 라는 글에 많은 관심을 주셨는데, 해당 글에서 댓글로 많이 여쭈어 본 순서대로 글을 작성해보려 합니다.

가장 많은 분(7분 정도입니다. 이 글을 리스팀 및 보팅해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께서 물어보신 것이, '영화 리뷰를 위해서 캡처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어서, 간단히 해당 사항만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1)'유튜브 영상이나 음악을 스팀잇에 공유해도 될까?', 2)'신문기사 등을 스팀잇에 공유해도 될까?', 3)'스팀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포스팅 작성하겠습니다.

1. 영화의 캡처 이미지(스틸컷, movie stills)은 저작물일까?


우선 영화 포스터나, 영화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 즉 스틸컷('스틸컷'은 콩글리시이고 그냥 '스틸(movie stills)'이 맞습니다만 편의상 이렇게 쓰겠습니다)이 저작물인지, 그래서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인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저작권법 제2조 1호), 일체의 미술품, 영화 자체 등은 모두 저작물입니다. 따라서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든 미술품인 영화 포스터나, 영화 자체의 일부 장면을 복제한 영화 스틸컷은 당연히 모두 저작물이 됩니다.

이렇게 저작물인 이상, 영화 스틸컷은 저작권법상 이용 제한을 받고,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 저작물 작성을 할 경우 모두 저작권법 위반이 됩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영화의 스틸컷 뿐 아니라, 영화의 내용이나 대본, 그리고 대사들도 당연히 저작물이고,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물론 너무나 일반적인 대사의 경우에는 저작물성을 인정받기 힘들겠지만, 독창성이 인정될 경우 저작물성이 인정되어 이런 대사 등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독창성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하겠습니다)

'스타워즈'의 대사 '내가 네 아빠다'를 함부로 말하면 큰일납니다! (농담입니다. 저 대사가 대사만으로 저작물로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수많은 영화평론과 인터넷 상의 수많은 영화 캡처를 담은 리뷰글은 모두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이거나, 혹은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은 것일까요?

2. 저작권법 적용의 제한


흔히 우리는 저작권이 도덕적 문제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표절'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아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을 남의 노력을 도둑질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작권이란 사실 근대 이후에 생겨난 개념입니다. 예컨대, 성경이나 불경의 저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권을 부여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진실이고, 진리라 생각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전파되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근대 이전 대부분의 서적들과 경전들은 '필사'의 형태를 통해 유통되었고, 원 저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이름을 남기는 것도 수줍어 했습니다. 이러한 필사와 부기, 주석, 변주 등을 통하여 현재의 문화 발전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공자님이 논어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했다면, 그래서 주자의 주석이나(논어집주), 주석에 대한 주석 등이 나오지 않았다면 유교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었을까요?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발명하면서 저작권을 주장했다면 어떨까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 서로 사맛디 아니할쌔.. 내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백성들은 이 글자를 쓸때마다 나에게 저작권 사용료로 이 글에 풀보팅을 하도록 하라(농담)

베토벤과 모짜르트는 어떤가요, 그들이 저작권을 주장하여, 그들의 음악을 쉽게 공연하지 못하거나, 공연마다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여야 했다면 현재의 음악 발전이 있었을 수 있을까요? 고흐의 초기 그림들은 죄다 밀레 등의 그림을 '따라 그린 것'인데 이 경우는 어떨까요?

왼쪽이 밀레, 오른쪽이 고흐입니다. 고흐가 밀레를 모작한 그림은 엄청나게 많고, 밀레의 그림보다 고흐의 그림이 훨씬 더 유명해진 경우도 많습니다.

이 부분, 즉 저작권의 역사와 정당성, 자본주의와의 관계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따로 에세이 형식으로 별도로 포스팅하겠습니다(인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주제에서 중요한 것은,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근대에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문화 발전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지만, 만약 무조건 보호한다면 문화 발전도 불가능해집니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라는 것은 정말 힘든 것이니까요.

천재 뉴턴조차, '내가 남보다 좀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에 서 있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작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고,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뉘며, 저작재산권의 행사는 제한이 있습니다(저작권법 제2관)

3. 저작재산권 제한의 대상


저작재산권의 제한은 저작권법 제23조부터 제38조입니다. 여기에는 재판 등에서의 사용, 정치적 연설로의 사용, 교육목적의 이용 등이 있고, 이는 결국 '저작재산권을 너무 보호해줄 경우 문화 발전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제한입니다.

그리고 특히 영화 스틸컷의 경우에는,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이용' 부분에 해당됩니다.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즉 영화 포스터나 스틸컷과 같이 '공표된(이미 세상에 나온) 저작물'을, '비평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 경우 원 저작자는 저작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가 어떤 것인지가 중요할 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판례의 기준이 있습니다.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즉 해당 판례의 기준을 따르는 영화 비평 내지 감상문에는 영화 스틸컷이나 포스터 등을 사용해도 저작권법 위반이 아닙니다. 저작권자에게 돈 내지 않아도 되고, 수사받을 일도 없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후술합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이 제한은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저작물작성권)'에 대한 제한이지, 저작인격권의 제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작자는 본인의 이름을 표시할 수 있고,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할수 있으며, 공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4.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할까?

가. 비평 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위에서 인용한 판례에 따라, 비평, 보도, 교육, 연구 목적이 아니라면 제28조의 대상이 아닙니다. 즉 해당 목적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을 단순히 설명하기만 하거나, 혹은 아무런 내용 없이 사진만을 기재한다면, 이는 '비평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경우 이 목적을 준수하는지 저는 예전부터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이어야 한다

예컨대 영화의 스틸컷만 있는 포스팅은 어떨까요? 누가 봐도 이 경우에는 피인용저작물인 스틸컷이 주가 되는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비평, 보도, 교육, 연구 등이 주가 되어야 하고, 피인용저작물은 이를 위하여 사용되어야지, 이것이 뒤바뀌면 안됩니다.

이 부분이 좀 불명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입니다. 다만 주와 종을 나누기 애매한 글의 경우에는 개별적 사례를 따로따로 판단합니다. 스팀잇 여러분들은 그냥 주와 종을 명확하게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 원 저작물에 대한 수요 대체 여부

역시 스틸컷이나 줄거리 소개 등만 보고 더 이상 원저작물인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면, 이는 원 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도 28조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라. 공표(개봉 등) 전에 공개할 수는 없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표권'은 저작재산권이 아닌 저작인격권으로, 제28조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영화를 언제 공표할지에 대해서는 저작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가끔 개봉 전에 '내부 시사외 유출 영상' 등으로 도는 것을 캡처하여 유출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저작인격권 위반이 됩니다.

마. 출처를 표기하여야 한다

또 '성명표시권'의 경우에도 저작인격권이고 저작재산권이 아니므로 제28조의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즉 영화의 스틸컷 등을 표시할 때는 적어도 영화의 이름이나 회사 등,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는 일반인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명시하여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스틸컷에 워터마크 등이 있는 경우, 이를 함부로 지우면 저작인격권 위반이 되므로 워터마크 등이 있는 이미지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결론


스팀잇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영화리뷰 글 등은 제28조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이라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스팀잇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거나 요약하기만 하는 포스팅이나 방송(...)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들로, 영원히 삭제할 수 없는 스팀잇의 특성과 결합하면 이후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위 3.가~마의 내용을 최대한 숙지하시고 포스팅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플하게 쓰려다 잡설이 많아져서 좀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스팀잇 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이고, 잡설도 저작권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에 중요한 부분이니 많은 보팅과 리스팀 부탁드립니다 :) 질문도 언제나 환영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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