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반등하며 근 6개월만에 6천불대 위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스팀 가격은 6개월 전 가격인 0.6불을 회복하기는 커녕 그 절반인 0.3불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부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어떤 이는 스팀잇이 개발에 소홀해서 그렇다고도 하며, 어떤 이는 증인들이 활동을 제대로 안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네드랑 재단이 스팀을 팔아치워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유저들의 행위를 적절히 통제하기 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중은 세심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뒤로 미뤄두고 간단한 하나의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재 스팀이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는 스팀파워 (스팀에서 스팀파워로 정정합니다) 보유자들, 특히 대규모 보유자들(소위 고래)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서로 관여를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예전에 지인간의 보팅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가 주장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가치를 생산 못하는 컨텐츠에 보상을 주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토큰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부연해서 스팀은 당장의 연이율을 보고 몇 천만원 투자할 사람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수천억원을 흔쾌히 투자할만한 사람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제가 바라던 것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팀에서 새로운 작가들이 발굴된다는 희망은 거의 사라져가는 것 같고, 스팀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팅봇은 점차 많아지고 있고, 보상의 규모는 컨텐츠가 생산하는 가치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과는 별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제재할 시스템이 없었을까요? 부족하긴 하지만 있습니다. 바로 다운보팅이라는 제도입니다. 과한 이기심을 내세우며 전체에 해를 끼치는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시스템적 수단입니다. 물론 다운보팅 시스템이 사회적인 측면을 덜 고려했다는 약점이 있고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스템에서 마련한 수단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운보팅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적으로 이기심을 제제할 수단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다운보팅이 조금 삐걱거리며 작동했더라도 다수의 고래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기 이익보다는 생태계 전반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면 스팀 시세는 지금보다는 더 나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를 자신들이 떠안게 된 상황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죠. 지금의 상황에 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부정적인 쪽으로요. 물론 가장 큰 책임을 묻자면 스팀잇 재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제일 많은 지분을 가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책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안 한 책임을 제외하고 무언가를 한 사람들만을 가지고 묻는다면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고래들입니다.
그래도 아직도 많은 분들이 희생적으로 스팀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런 분들 덕분에 그나마 스팀이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후에 SMT가 나오면 여지껏 노력해오며 뜻을 함께한 사람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땐 스팀 시세와 상관없이 그들의 토큰가치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스팀 시세가 올라가기 바란다면 고래들이 무얼 하는지 먼저 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스팀이라는 숲을 가꾸는데 쓰도록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부족한 것이 많지만 더 노력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