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hromium 입니다.
원숭이도 5배는 번다는 천정부지의 대 상승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악재들이 겹친 대 하락장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멘탈 단단히 부여잡고 계신가요? 작년 1월, 7월 대 하락장을 두 번 겪고 나니 이번 상승장에 조만간 터질 것 같다고 내내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당하지 말아야지 현금화 해야지 해놓고 저 또한 또 당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난주 월요일, 연기되었던 박사예비심사를 목요일 연구단 회의에 맞춰 외부 심사위원 분들 오실 때 진행하자는 교수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저는 미리 발표 자료를 준비 안 해 놨었기 때문에 (5-6월로 미뤄진 줄 알았음 ㅠ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못해 타 들어가고 있었죠. 결국 3일 동안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발표 자료를 다 만들기는 했지만 그 놈의 영어 발표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겨우 겨우 대본을 만들어서 외우기 시작하니 목요일 오전 7시... 발표는 10시... 발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발표 도중 5분 남았다는 소리에 기억이 아득해지고, 12페이지 쯤 부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 더듬더듬 발표 했더니, 지도교수님께서 발표가 끝나자마자 바로 한 말씀하시더군요.
''그렇게 발표하면 같이 연구하는 나도 못 알아들어.''
''철저히 준비하라고 했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는데?
''외부 심사위원들 모셔놓고 이딴 식으로 발표하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엉?''
''여기서 그냥 그만합시다. 코멘트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구구절절 맞는 말씀으로 팩트 폭행을 하시니 멘탈이 부서지다 못 해 지옥을 헤맸습니다. 정신도 아득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니, 이어지는 질문에 이미 알고 있고 충분히 대답 가능한 부분임에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습니다. 프리디펜스 떨어지건 말 건 그냥 빨리 끝나고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정신이 혼미한 1시간을 보내고 심사위원 분들의 회의가 잠깐 있는 동안 나와서 잔고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날은 법무장관님의 거래소 폐쇄 발언 후 폭풍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발표 1시간 동안 잔고가 -30퍼센트를 찍었더군요.
회의가 끝나고 지도교수님께서 '오늘 심사위원들 전부 동일한 의견으로 pass를 줄 수 없다고 결론이 났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것 같으니 토요일에 2차 발표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그 때는 외부 심사위원 분들은 안 계시고 내부 심사위원만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잘 준비해서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였습니다. 밥 먹는 동안도 패닉 셀 랠리는 이어져서 잔고가 거의 -4-50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후에 정부 각 부처 간 이견이 있고, 거래소 폐쇄는 하나의 투기 억제 방안 이라는기사가 나오고 나서는 어느 정도 다시 회복을 했습니다. 그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후로도 트레이딩을 못했습니다. 발표 자료를 대폭 수정해야 했고, 잘 시간도 없었죠. 또 2일 간의 밤샘 작업과 발표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준비한 대로 순조롭게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토요일 발표가 끝나자 심사위원으로 오신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건 박사 학위를 받고자 하는 학생의 발표로서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심사하러 온 우리들도 박사들이고 너도 우리와 동등한 박사의 입장이 되고자 한다면, 기존 기술의 문제 인식, 문제 해결 전략, 결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발표를 해야 한다.'
'이것이 학회 발표 자료라고 한다면 칭찬 받을 수준이겠지만, 앞으로 박사 학위(Doctor of philosophy)를 받고자 한다면, 단순한 연구 주제의 나열이 아닌 너 만의 philosophy가 포함되어야 한다.'
학위 과정 중 처음 듣는 critical comment 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발표보다는 아주 발전적인 모습에 점수를 주도록 하겠다.'
'지금 계시지 않은 심사위원들께 발표 자료를 수정하여 보내고, 서면 평가를 받도록 해라.'
이렇게 끝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첫 페이지부터 쭉... 지적하시더니 지적 사항을 전부 반영해서 새로 발표 자료를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니... 또 발표 자료와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그 와중에 제 잔고도 제 체력 만큼이나 조금씩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죠.
오늘 새벽 드디어 완성본을 교수님께 보내드리고 자고 일어나니...
ㅎㅎㅎ 멘탈 유지가 안되네요. ㅎㅎㅎㅎㅎㅎ
P.S. 포스팅 작성 도중에 다시 약한 반등이 있네요.
모두들 멘탈 관리 잘하시고 잔고에 메로나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