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글|| 계획은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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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가산디지털단지로 출근하게 됐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기존에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는데 거의 3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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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으로 출근하라는 제안을 들었을 때 그만두려 했다. 출퇴근도 자신 없었고, 늘어난 출퇴근 시간으로 지금의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도 싫었다. 일이 힘들고, 야근이 많은 것은 참아도 어쩐지 출퇴근 시간이 긴 건 못 참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직하기로 결심하고 부랴부랴 이력서를 준비하고 새로운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과 가까운 곳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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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언제나, 항상 그렇듯 계획은 틀어지게 마련이다. 가산으로 출근하기 전에 이직한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은 아주 완벽히 실패로 돌아갔다. 졸업을 앞둔 학생처럼 열심히 구직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가까운 곳’이라는 제약을 두고 괜찮은 회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제약이 아니더라도 이직이 편의점 물건을 사듯 후다닥 될 리가 만무했다. 적당한 회사를 찾지 못하니 이력서도 많이 넣지 못했고, 그나마 넣은 곳은 연락도 없었다. 결국 새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까지 회사를 구하지 못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산으로 출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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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으로 출근하기에 앞서 만발의 준비가 필요했다. 회사까지 가는 교통편이 어떻게 되는지, 교통편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얼만지, 가장 편하게 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1시간이 넘는 출근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등등.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것들은 인터넷 몇 번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이었고 가장 주안점을 둔 건 역시 ‘지루한 출근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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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책, 글쓰기, 유튜브 등등. 시간을 죽일 수 있는 것들은 많았다. 다만, 계획은 언제나 그렇듯 틀어지기 마련이고, 나는 지하철로 출퇴근해 본 경험이 적었다. 더더욱 1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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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 차 무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가득 찬다는 표현은 부족할 정도였다. 손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내 몸 어디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의 움직임에 맞춰 휩쓸려 다닐 뿐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모했다. 지하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가만히 있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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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산으로 출근한지는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고단하고 피곤하다. 덕분에 평일 약속은 엄두도 못 내고, 주말에는 이불과 한 몸이 되어 지낸다.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왠지 1년이 지나도 출근길은 익숙해질 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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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출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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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 없는 글 | 계획은 언제나 그렇듯.
wir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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