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화의 설명을 어딘가에서 보았을 때, 노인 예술가와 젊은 여성 예술가가 프랑스 곳곳을 돌면서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하는 내용을 찍은 다큐멘터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영화가 처음 시작했을 때 성별이 반대였다는 것을 알았다.(노인이 여성이고 젊은 쪽이 남성) 설명은 맞게 되어 있었을텐데 나 역시 머리 속에 그러한 고정된 이미지가 있어서 다르게 입력해놓았던 거다.
Directors JR (left) and Agnès Varda(right)
다큐멘터리가 재미없다는 편견은 이 영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두 예술가의 위트가 계속 이어지면서 마지막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큐멘터리가 원래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무언가를 과장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두 예술가의 흔적을 담담하게 쫓아간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를 가장 빛나게 하는 점이다. 세대와 성별, 예술을 하는 관점, 가치관의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그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것이 연출된 것이 아니기에 더욱더 보는 이의 머리와 가슴 모두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들이 하는 작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찾아가서 메시지를 발견해내고, 그 메시지를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그 메시지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게시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게시된 내용은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로인해 그 작품은 예술가의 일회성 작업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영속성을 가지게 된다. 창작하는 이들이라면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황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요즘 2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짧은 편이다. (보면서 "어, 벌써 끝났네" 하는 느낌이었다. ) 그러나 흔히 상업영화에서 하는 수사처럼, 감동과 재미 그 밖에 많은 요소가 이 영화 안에 담겨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각각 이 영화에서 서로 다른 것들을 읽어내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페미니즘이나 노동권, 환경 이슈들을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영상미나 연출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것들은 이 영화를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이 영화가 전하는 건 우연으로 점철된 우리의 삶, 그 속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순간들.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된 영화였는데 인생 영화로 평생 남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가 완전히 내리기 전에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나중에라도 다시 재상영한다면 좋겠다.
이런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