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단·짠’(달고 짠) 고량주가 있다는 것 아시는가. 그리고 또 그 고량주가 대단히 맛있다는 것도.
굉장한 고량주 전가복 홍운복을 마셨다. 플라스틱 뚜껑부터 술을 담은 자기까지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한 이 술은 고량주 좀 마셔본 사람들 사이에서 맛있기로 입소문이 자자한 술이다. 저 유명한 중국의 마오타이그룹에서 비교적 최근에 내놓은 술이란다. 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2018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백주 부문에서 대상도 받았다.
중국인들은 빨강이 복을 불러온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새빨간 자기병 안에 든 이 고량주는 분명히 길한 술일 것이다. 전가복이란 이름은 “하늘 아래 일만 가지 복을 전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좋은 뜻이다.
작은 잔에 술을 따른다. 달콤한, 잘 익은 과일향과 고량주 특유의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코를 벌름린다. 행복하다. 단숨에 들이켠다. 짜릿하다. 알코올 도수 52도니까, 당연하다. 그런데 묘하게 서늘하다. 식초 비슷한 풍미가 있다. 열기와 냉기가 공존한다. 모순적이고 매력적이다.
배의 달콤함, 장(醬)의 짭조름한 맛이 잇따라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진다. 술을 다 마시면 시큼한 맛도 난다. 분명 농향형(濃香型) 고량주인데 장향형(醬香型)이 감돈다. 멋진 조합이다.
목 넘김은 부드럽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부드럽게 넘어간 전가복이 식도를 데운다. 뜨거운 술이 위장에 닿는다. 열기가 온기로 변한다. 따뜻한 기운이 위에서부터 손끝, 발끝으로 퍼져나간다. 추운 겨울에 제격이다. 좋다.
음미해볼까. 술장에서 튤립 모양의 위스키잔, 글랜캐런을 꺼낸다. 휘휘 술잔을 돌린다. 향이 더 퍼진다. 점도가 높은 모양이다. 잔에 술의 눈물이 오래 남는다. 흰 벽지에 대고 색을 확인한다. 뭐 볼 것도 없다. 고량주답게, 맑다. 다시 잔을 돌린다. 향이 깨어난다. 또 좋다.
한 모금 머금어 혀 위에 술을 올리고 굴린다. 혀가 마비되는 것 같다. 콧구멍에서 뜨거운 김이 새 나온다. 얼얼한데 혀가 달달하고 구수한 맛을 느낀다. 삼킨다. 목젖 직전에서 짠맛이, 삼키는 찰나와 이후에는 시큼털털한 맛이 난다. 털어 넣었을 때 스쳤던 풍미가 하나하나 살아서 나타난다. 이 또한 좋다.
굳이 글랜캐런에 따라 마실 필요는 없다. 다만, 고량주 잔에 따라 마시더라도 매번 급하게 잔을 꺾지는 말자. 단숨에 마셔도 좋지만, 홀짝여도 좋으니까. 한 잔은 원샷하고 다음 잔은 아껴 먹자. 전가복의 맛을 오롯이 볼 수 있다.
내가 마셔본 고량주 중에 손꼽을 정도로 좋다. 수정방을 맛본 지 오래돼 가물가물한데, 전가복이 수정방보다 나은 것 같다. 주류전문점에서 500㎖ 한 병에 약 7만원. 재구매 의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