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즐거운 일요일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일어나 스팀잇에 글 올리고, 커피 마시고, 밥 먹었답니다.
그리고 남는 모든 시간에 작업을 했습니다.
며칠 전 [180412 나루 작업 일지] 의뢰 곡 구상 / 고려 음악 간단 분석을 썼는데요.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오늘 본격적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열어 악기 셋업을 먼저 했습니다! 작업을 안 하는 동안 키보드를 바꿨는데 그 후 첫 작업이라 툴을 처음 쓰는 것처럼 버벅버벅.
어제 대강 스케치해둔 것에 곡을 더 붙였습니다. 저번 작업 일지에서 청산별곡 / 서경별곡을 공부해 만들어본다고 했는데요. 연습하다 청산별곡에 푹 빠진 나머지 청산별곡 앞 12마디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박자가 주는 매력이 있어 화려하지 않은데도 개성 있는 멜로디가 되더군요. 저는 기존의 국악 멜로디에 화성 붙이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전에 썼던 곡들은 화성이 복잡한 곡이 많아 이번엔 일부러 단순하게 써봤어요.
저는 작업할 때 곡의 틀이 완성되면 러프한 라인을 그려두고 악보를 프린트합니다.
악보를 뽑은 다음 곡을 재생시키고 총보를 보며 곡을 듣습니다. 악보에 빠진 부분이나 듣기에 이상한 부분을 악보에 체크하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프로그램에 옮겨요. 저는 모니터로 보는 악보보다 종이로 보는 게 더 편하고 좋아요.
이 곡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이 부분에 콰이어가 나와 노래 부르면 눈물 날 것 같은데 당연히 그럴 순 없겠죠. 연주자들이 노래를 불러주면 이 선율이 잘살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청산별곡을 모티브로 했고, 그 선율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가사를 생각하며 연주해주길 바랐어요. 그래서 연주곡이지만 가사를 적었습니다. 만들고 보니 총보는 15장, 파트보까지 하면 35장이네요.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만든 곡 중에 손꼽히는 무난하고 순조로운 작업이었어요. 작업 중간에 악보가 날아가지도 않았고, 틀을 뒤엎은 것도 없었던데다 생각했던 것보다 편곡도 수월하게 된 것 같아요.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은 합주하면서 고쳐야 할 듯합니다. 간만에 초 집중했더니 머리와 목이 빠질 것 같네요. 아까 뽑은 총보와 청산별곡 / 서경별곡 악보를 버리고, 전 이제 놀러 가려고요! 저는 내일부터 휴일이랍니다.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