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산수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뺄셈을 설명하면서 칠판에 예를 하나 적어 주셨다.
6-3=3
6에서 3을 뺐더니 3이 나왔다. 그렇다면 뺄셈은 ‘어떤 숫자’를 빼면 바로 그 ‘어떤 숫자’가 그대로 나오는 것이로구나.
선생님이 칠판에 우리가 풀 문제를 적어주셨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공책에 그 답을 적었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은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 4-2=2
- 5-3=3
- 9-1=1
- 7-3=3
선생님은 내가 적은 답을 보시더니 1번만 맞고 다 틀렸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일을 간단하게만 생각하려는 나의 귀찮음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모멸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 뺄셈을 할 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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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다시 보니 조금 억지스러운 ‘귀찮음 예찬‘입니다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