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굴레

앞에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걷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 ‘위’에 팔을 얹고 가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남자의 팔은 여자의 어깨 위를 누르면서 목을 두르고 있었다. 그 팔이 좀 무거운 올가미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나보다 키가 작은 친구의 어깨 위에 팔을 얹고 걸으면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형태’로 걸으면, 내가 그 친구보다 위에 있는 것 같은, 우월한 느낌이 들었다. 가던 방향을 나의 팔힘으로 바꾸면 이 친구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힘을 가진 것 같았다.

이와 반대로 언젠가 한 번은 나보다 키가 큰 아이와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이 ‘못된’ 아이는 과하게 나의 어깨를 누르고 가던 방향을 함부로 바꿨다. 질질 끌려가는 것 같아서 불편하고 불쾌했다.

그 후로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의 어깨 위에 팔을 얹지 않았고 상대가 내 어깨 위에 팔을 얹는 것을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

어깨 ‘옆’을 두르는 것과는 달리, 남의 어깨 ‘위’에 팔을 올리는 행위는 친근함으로 위장한 ‘권력’의 과시인 경우가 꽤 많다. 젊은 연인이 길을 걸을 때, 남자가 여자를 마치 헤드락 걸듯 어깨 위에 팔을 얹고 가는, 그 ‘평범한’ 모습을 통해서, 남자가 여자를 자기 아래에 두고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의도(혹은 무의식일 수도 있다)가 그대로 드러난다.

팔짱을 끼는 모습도 한쪽이 종속된 느낌을 준다. 서로 동등하게 손을 잡고 걷는 연인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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