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 있는 영상만 보고 뮤지션(연주자)의 ‘실력’을 파악했다고 쓴 어떤 댓글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판단(판결) 능력이 과연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글을 쓴 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영상만으로 연주자의 ‘실력’을 파악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연주 기술’은 살짝 가늠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런 ‘능력’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물론 확신은 못하지만, 세상은 넓으니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음악은 물리적 공간, 멤버들 간의 소통, 관객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이 매우 커서, 2차원 영상으로 공연의 감정(느낌)을 온전히 ‘기록’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전공한 음향 공학자이자 뮤지션인 ‘세스 호로비츠’에 의하면,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 전체를 기록한 정보를 인간의 뇌에 직접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공연장의 감동(감정, 느낌)을 일부 기록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뇌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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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테크닉은 평범하지만, 표현력과 멤버들의 합이 좋아서 감동받은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영상으로 다시 봤을 때 ‘당연히’ 그 ‘감동’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공연장에서 느꼈던 감동의 작은 흔적들 일부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영상으로는 훌륭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감동을 받지 못한 공연도 있었습니다. (영상에서는 ‘테크닉’이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 글을 쓴 이는 ‘실력=테크닉’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히 기술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연주자(뮤지션)의 ‘실력’이란, ‘환경’을 파악하고 그 ‘환경’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노는 공감력과 그 공감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표현력, 실력)은 물리적으로(기술적으로) 온전히 영상에 기록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직접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공연장에 갑니다. ‘실력 판결’은 직업 평론가에게 맡기시고, 음악을 ‘즐기러’ 공연장에 많이들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