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몇까지 세어봤어?”
“글쎄, 모르겠네. 천 단위 정도?”
얼마 전에 문득 갑자기 궁금해져서 선배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숫자를 실제로 ‘경험’했을까.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당연히 먼저 존재했다. 그는 숫자를 입으로 세지 않고 손으로 써서 기록(작품)을 남겼다.
로만 오팔카 Roman Opałka는 1965년부터 캔버스 좌측 상단에 숫자 1부터 쓰기 시작했다. 작품 제목은 <1965 / 1 - ∞>였다.
첫 번째 그림은 35237까지 썼다. 작품 제목은 <1965 / 1 - ∞ (부분 1-35327)> 이 되었다. 두 번째 연작은 35328부터 쓰기 시작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무한(∞)으로의 접근이다. 쉼 없이 이 작업을 계속하여 1998년에 오백만, 2004년에 오백오십만에 도달했다. 로만 오팔카는 2011년 사망했다.
“문제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 - 로만 오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