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처음으로 NIKE ‘AIR’ 운동화가 나왔다. TV 광고에서는 ‘AIR’ 쿠션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기 쉽도록 밑창 옆면을 자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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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출시된 제품이 아닌, 품질 인증 검사를 맡은 샘플용 나이키 에어 신발이 생겼다. 신나게 신고 다녔다.
그 신발을 본 아이들이 이거 ‘짜가’ 아니냐고 물었다. 진짜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며 TV 광고에서처럼 밑창을 잘라보자고 졸랐다.
그러면 신발이 망가져서 신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도 궁금하니 자르자고 계속 졸랐다. 그 아이들은 진심이었다. 겨우 그 아이들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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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는 그 존재만으로도 다른 생명체(그리고 무생명체)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유기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