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양념돼지갈비와 행복

숯불 양념돼지갈비와 행복

결혼한 후 안타깝게도 행복하지 않지 않다고 남편에게 말을 하곤 했다. 정확히 말하면 덜 행복해졌다고 말이다. 결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갑갑하게 느껴졌고 오랜 연애 후 한 결혼이라 아이를 빨리 가지려 계획하며 그 계획대로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바쁜 남편을 기다리며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서도 충분히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생각해보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원하던 새로운 일자리를 힘들게 얻게 되었지만, 임신으로 인해 일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3년 내내 매일매일 출근길이 즐거웠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즐기면서 일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놓고 집에만 있으니 어찌나 슬프고 행복하지 않게 느껴지는지…. 아이한테 미안할 정도였었다.

아이를 낳고도 똑같았다. 주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이 말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이런 말이 나에게는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다른 이들 보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작은 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자책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을 감히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다니 말이다.

단유를 한 후 외출이 아주 자유로워졌다. 앞 동에 살고 계신 시부모님이 아이를 흔쾌히 잘 봐주시기 때문에 평일 저녁 혹은 주말 내내 아이를 봐주신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시부모님과 가까이 사는 것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점이 무척이나 크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숯불갈비에 냉면이 먹고 싶다고 며칠 동안 노래를 불렀더니 남편이 아이를 맡기고 저녁을 먹고 오자고 했다. 아이를 맡기고 아이 낳기 전에 자주 가던 갈빗집에 가서 갈비3인 분을 시켜두고 나 혼자 공깃밥 두 그릇에 냉면 한 그릇, 거기에 맥주한 병까지 먹고 나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배가 터질 것 같이 배가 불렀지만, 기분은 어찌나 좋던지.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서는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나 정말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남편에게 행복하다는 말은 정말 오랜만에 한 말이었다. 숯불갈비가 뭐라고..냉면이뭐라고...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든 것인지.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말 숯불갈비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변한 것인지. 아마 또다시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숯불갈비를 먹으러 가게 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빠는 결혼하고 행복해?

나는 혼자일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아. 그렇다고 지금이 불행하다는 건 아니야.

거짓말. 행복하잖아 다 알아~

혼자일 때보다 덜 행복하다고 못난 말을 내뱉으면 한결같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 안다며 답해주던 남편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이런 사람과 결혼을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모든 신이여. 이번 생에서는 말입니다.


항상 함께하던 사진이 없다.
먹는 것에 심취해서 먹다 보니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해 오늘은 사진 없이 글만 올려본다.
@kimthewriter이 여신 제1회 PEN 클럽 공모전 에 참여해보려 한다. 내 생에 첫 공모전이다. 으흐흐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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