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인지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진 어느날,
제 안의 두근거림을 무시한 채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어느 것을 계기로 다시 이곳에 글을 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러다 문득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스스로 쓴 일기 덕분에 다시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내 안의 감성을 뱉어내고 또 공감하던 그것이 그리워져 용기를 내 다시 왔습니다.
왜 용기가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의 공간이었던 줄로만 알았던 이곳이 사실은 함께하던 이들의 커뮤니티였음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 때문이겠지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4월 1일, 새로운 달을 기점으로 글을 써 보고자 했으나, 간신히 3월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네요.
김광석을 좋아하게 된건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화가였던 고모의 방 안에는 온통 김광석의 초상화 뿐이였습니다. 그를 모를 수 없었고 그의 음악은 자연스레 제 귀에 들렸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긋한 그의 음성이 사뭇 좋았습니다. 사랑의 아픔과 삶의 고통에 힘들었던 고모의 젊은 시절을 지탱해준 그것이 제게도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비운의 예술가였던 그의 진가를 알게된 것은 대학교 1학년, 그의 추모전을 통해서 였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떠한 일로 인해 마음이 아팠던 어느 날, 그의 전시 포스터를 보고 바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의 음악과 글, 그리고 아름다운 삶이 녹아든 그 전시를 계기로 저는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저는 그를 꽤나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보게된 tv프로에서 누군가 그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중년의 남성이 한 소절 한 소절 내뱉을 때 마다 제 눈에도 눈물 방울이 함께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진심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주까지 그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진심어린 한소절 한소절들이 귓가에 맴돌았고 다시 그의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일주일 뒤, 저는 우연히 대구를 방문했고 뜻밖의 '김광석거리'를 걷게 되었습니다. 대구의 명물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찬찬히 길을 걸으며 벽에 적힌 그의 가사들을 하나씩 읽어나갔습니다. 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 그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음성에 오랫동안 매료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함께한 이와 그것을 나누었습니다. 간만의 여유와 젖어드는 감동에 온 몸과 마음에 평안이 깃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매일 매일 새롭지 않게 느낍니다. 짧았지만 긴 여운을 주었던 대구여행도 어느덧 이주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네요. 훌쩍 흐르는 시간을 원망할 수 없으니 매일 매일을 다짐하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겠지요.
그의 김광석의 글과 노래 그리고 삶을 다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지만 전시때의 사진들이 모두 찾을 수 없는 곳에 꽁꽁 숨어 있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3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제 프로필 사진 한 면에 남아있는 사진입니다.
세상의 이목에 휩쓸리지 않고 곧고 강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나무같은 사람,
이 글을 본 이후 이것을 제 마음 한 켠에 깊이 새기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길에서 본 몇가지 가사들을 담은 사진 공유해 봅니다.
그의 음악처럼 벽화들도 해질녘의 감성이 녹아있는 듯 했습니다.
행복한 인생의 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늙어가는 그것이 인생의 전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다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허나 어찌할 수 없는 현실 또한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나의 목소리를 내며, 올곧게 살아가고 타인의 음성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날마다 다짐하지만 참 어려운 것이 그것인 것 같습니다.
평생 그리움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 얼마나 아픈 인생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픔 안에 깃든 깊은 고독이 그를 단단하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그의 외로움과 고독이, 그를 더욱 사랑하게 만듭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의 사무치는 인생과 고독에 매료된 것이겠지요. 그것이 그의 노랫말과 음성에 담기어 이토록 많은 명곡을 만들어 낸 것이겠지요.
30세가 다가오면 저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머지않은 그 날, 부디 무채색 빛의 마음은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단 하나의 메모로 인해 이 곳에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얻은 오늘 밤이 참 뜻 깊습니다.
다 쓰고 보니 12시가 넘어버렸네요. 계획대로 4월 1일이 되었습니다.
저와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가
따뜻한 이 봄,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C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