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시절 반항아였던 김부장. 여전사 못지않게 발칙한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던 김부장은 오늘날 행여 꼰대가 되지 않나 걱정하는 위치가 되었는데... 회사에서 어느덧 부하직원의 눈치도 보고 어깨도 무거운 외로운 김부장의, 꼰대들을 위한 변.
차별에 분노했던 그녀
"대학 졸업하고 처음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알게 된 사실이었어요. 당시에는 여자를 공채로 뽑는 일이 드물었어요. 제조업체에 들어갔는데 동기들이 다 저만 빼놓고 남자였어요. 그런데 남자들한테는 전부 어떤 부서에서 일하고 싶냐고 물어봤다는 거에요.
그런데 저한테는 묻지도 않았어요. 왜 그런가 물어보니, 여자를 뽑고 싶어하는 곳이 한군데밖에 없었다는 것에요. 번역이 필요한 부서였어요. 이사님의 이메일을 번역하고 답장을 쓸 때 다듬어주는 일만 시키려고 뽑은 거에요. 당시에는 너무 화가 났어요."
"어느날은 얼굴 사진을 들고 와보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사장님의 비서가 나갔다고 비서를 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하지만 저는 비서직으로 지원한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회사 꼭대기에 있는 회장님의 비서실장이 아니면 비서는 하지 않겠다, 라고 당돌하게 이야기 했어요."
유니폼을 벗어던지기
"당시에는 차별이 많이 있었어요. 여자들만 전부 유니폼을 입어야만 했었어요. 저희는 제조업체였는데 왜 여자들이 유니폼을 입어야 하지?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출부 여직원들끼리 작당모의를 했어요.
클라이언트 만날 때 유니폼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활용해서, 서서히 유니폼을 안 입는 날을 늘려간 거에요. 처음엔 일주일에 하루, 일주일에 이틀, 삼일, 그리고 매일, 이렇게. 무언의 시위를 한 거죠. 그런데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우리만 할 수는 없다, 모든 여직원들을 불러모으자, 고 했는데. 고졸 여직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거에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사실 당시에 고졸 여직원분들은 집안 사정 때문에 고졸로 입사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물어보니까 사실 사복이 너무 비싸다고, 유니폼을 입는 것이 솔직히 더 편하다고 말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수의 여직원 몇몇이서 유니폼 안 입기 시위를 하다가 끝났는데, 결국 인사부에서 불호령이 떨어진 거에요.
토요일까지 유니폼을 입으라는. 그래서 많은 직원들로부터 원망을 사기도 했던,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시도였죠. 그때 당시 우리에게는 혁명에 가까웠어요. 갑오개혁 같은?"
꼰대들을 위한 변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내가 했던 행동들은 참... 미쳤었구나.(용감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만약 신입사원이 당시의 저 같은 행동을 하면 저는 무척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일 거에요. 아는 언니가 이야기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칼 안 맞은 게 다행이야.'저도 이 말에 무척 공감해요."
"지금도 당연히 수평적인 조직을 지지하고, 꼰대가 되지 않고 쿨한 부장이 되려고 무척 노력해요.
하지만 꼰대인 사람들이 조직에서 승승장구 하고, 승진하고, 후배들이 복종하는 것을 볼 때면, 내가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쿨한 선배가 되려고 하고, 존중해 주고 친절하게 해 주면, 내게 돌아오는 보상이 무엇이 있지? 쿨하고 겸손한 사람들이 승진을 하거나,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낙오되고, 만만하게 취급받는다면 내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지금도 여전히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수직적인 조직에서 권위적인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더 잘 복종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수직적 시스템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